삼청동 PKM갤러리서 7월 12일까지...근작 20여 점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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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화백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을 이끌어 온 거목이다. 그의 개인전 'The Interplay'가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7월 12일까지 열린다.
서 화백이 1960년 홍익대 미술대학에 진학했을 당시, 국내 화단은 국전 중심의 사실주의와 이에 대항한 앵포르멜이 대세였다. 하지만 그는 "왜 서구미술을 배우고 사실주의에 순응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다른 길을 택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서 화백은 "20대부터 오늘까지 비구상미술을 고집하며 조금도 현실에 타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꽃 그림, 미인도, 사실주의, 풍경화가 유행할 때도 그런 미술을 넘보지 않았어요. '그림이 안 팔려도 좋다', '오직 내 길만 가겠다'는 생각으로 작품 세계를 지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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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돌아보며 서 화백은 자신의 작업 철학인 '동시성'에 대해 설명했다. 1967년부터 50여 년간 천착해온 이 개념은 그가 나고 자란 한옥에서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격자 문양의 문창살이 기하학적 구성의 토대가 됐고, 창호지 너머 어른거리던 햇볕과 달빛이 지금의 빛과 색이 진동하는 화면으로 승화했습니다. 어머니가 다듬이질로 흰옷을 빨래하던 방식도 제 특유의 '걸러진' 색을 만들어냈죠."
실제로 전시된 근작들을 보면 초기 오방색이 오랜 시간 걸러지고 정제되어 투명하고 맑은 빛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배면에서 스며 나온 듯한 색채들이 경계 없는 사각 형태로 화면 위를 부유하며, 서로 다른 색면들이 상호 침투하며 무한한 공간감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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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곳곳에서 화면과 화면, 작품과 공간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형상과 여백, 조화와 긴장이 만드는 율동감이 관람객의 내면 깊숙이 스며든다. "단순한 이미지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우주로서 구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명상 공간, 하나의 우주가 되어 있다.
84세의 나이에도 서 화백의 예술적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철저하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더 깊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구상미술이나 선배들의 미술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미술을 구현하려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제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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