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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시대가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 같지만 실상을 파헤쳐보면 상용화는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다. 현재 상용화 수준인 2단계와 실질적인 자율주행이라 불리는 3단계는 한 단계의 차이지만, 운전의 주체가 사람에서 차량으로 옮겨가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자율주행 3단계가 상용화되면 안전과 책임소재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타 차량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와 신호위반, 보행자의 무단횡단 등의 돌발상황에서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 사고 시 제조사가 책임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가 완벽하지 못하면 제조사가 엄청난 리콜·소송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 규명도 어려운 마당에 자율주행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기술 및 환경이 완벽히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섣불리 상용화해 더 큰 피해를 야기하는 사례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위한 완성차 업체들의 최초 타이틀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지난 8월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의 24시간 운행을 승인받았지만 여러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2달 만에 운행 허가가 중단됐다. 로보택시가 시내 한 교차로에서 뺑소니를 당한 여성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친 사고를 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도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보험 견적 사이트 운영업체 렌딩트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0개의 차량 브랜드 중 테슬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도 오토파일럿에 대한 조사 결과 "운전자를 주의시키는 장치가 불충분해 오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자율주행 2단계임에도 완전 자율주행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마케팅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자율주행의 성급한 상용화는 지양돼야 한다. 안전 문제와 직결된 만큼 기술의 완벽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며, 자율주행 수준을 혼동시키는 제조사의 꼼수는 두말할 것 없이 자제돼야 한다. 물론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가 늦춰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 상용화에 적합한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되도록 정부의 인프라 구축 및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