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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금감원장에게도 권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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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삭 기자

승인 : 2025. 12. 04. 18:42

질문하는 이찬진 금감원장<YONHAP NO-3631>
11월 24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에서 열린 발행어음 가입 시연회에서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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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인가요?"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 사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내 가족에게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을 일반 투자자들에도 판매하지 말라는 의미다. 최근 전액 손실처리된 한국투자증권의 벨기에펀드, 과거 은행들이 판매했던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등 불완전판매 여파로 앓고 있는 금융권에 대한 발언이다.

실제 금융사들은 그간 소비자보호보다 수익에 열을 올려 왔었다. 소비자보호와 금융사의 이익은 반비례한다. 리스크가 높고 마진이 많이 남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금융사의 수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금융사들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재무 상황에 맞춰 적합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라는 원칙을 어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간 금융사들에 대한 검사와 제재 권한을 휘두르던 금감원장의 행보는 남다르다. 검사와 제재에 혈안을 올리기보다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소비자가 돼 보는 것을 택하면서다. 실제 이 원장은 지난 10월 KB증권 영업점에서 상장지수펀드(ETF)상품에 투자했고 지난달에는 KB국민은행을 방문해 오픈뱅킹 안심차단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런 행보는 그 어떤 제재와 강한 발언보다 금융사들에 강하게 와닿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사들이 스스로 윤리의식을 되새기고 소비자 관점에서 상품을 점검해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형증권사의 IMA(종합투자계좌) 출시가 연기된 사례는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증권사에서 원금보장형 상품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서로 간 선점 경쟁이 치열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증권사는 성급한 출시보다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충분한 검증을 택했다.

더욱 중요한 건 이번 결정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향후 나올 모든 상품과 서비스, 특히 구조가 복잡하고 장기적 영향을 주는 상품들에 대해 일관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수익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무엇을 더 우선할 것인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금감원장의 질문은 그 답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박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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