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TV 등 전통사업 부진 원인
이달 열릴 사장단 회의에 이목 집중
기술 파별화 속 체질개선 강화 나서
|
4일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조5800억원으로, 3조280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줄었다. 신사업격으로 육성한 HVAC(냉난방공조)·전장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와 달리, 전통 먹거리인 TV 사업에서 부진을 겪은 탓이다. 같은 기간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TV)는 49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전세계적인 전방 수요 둔화 영향도 있었지만,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는 시장 점유율 변화를 통해 한 눈에 확인 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3분기 전세계 TV 출하량 점유율은 11.7%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줄었다. 중국 기업인 TCL과 하이센스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포인트, 2.2%포인트 오른 14.9%, 15.4%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상반된다. 중국 TV 브랜드 중에서도 후발주자였던 샤오미 역시 5%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바짝 추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저가 LCD TV에 집중했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에는 마이크로 LED TV 등 신기술 기반의 제품들을 대거 출시하면서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에서도 빠르게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사업도 비슷한 처지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TCL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에 매각하며 TV를 포함한 대형 LCD 사업에서 손을 뗐다.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 LCD 시장에서 오랫동안 우위를 점해왔지만, 저가·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잇따른 진출로 경쟁력을 잃었다. 2021년 연간 2조원을 넘어섰던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2022년 -2조850억원, 2023년 -2조5102억원 등 2년 연속 2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휘청였다. 현재 회사 측은 고부가 패널인 OLED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중국 기업과의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출하량 점유율은 11.6%다. 중국 기업에선 BOE(16.2%), 텐마(11.4%), 비저녹스(10.5%) 등이 10%대 점유율을 각각 나타냈다.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전세계적인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증가세에도 탄탄한 내수를 앞세운 중국 기업에 밀려 점유율 하락을 겪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연간(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조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1.8%포인트 내려간 9.3% 점유율을 기록했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과 비교해 격차가 상당하다.
이달 중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LG 최고경영진이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지난달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친 LG그룹은 이 자리에서 내년도 사업전략을 살필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게 주된 화두가 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사장단 회의에서도 "우리보다 3배, 4배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중국 경쟁사들을 이기려면 구조적이고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LG전자 인도법인 상장과 LG디스플레이 LCD 공장 매각 등에 따라 확보한 수조원대 자금을 기술 차별화에 활용하는 방안에도 이목이 쏠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 성장과 미국과의 패권 경쟁 차원에서 내년에도 중국의 기술 굴기 의지가 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기술 투자뿐만 아니라 비용 효율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