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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간첩죄 ‘적국’서 ‘외국’으로 확대, 늦었지만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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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05. 00:01

/연합
간첩죄 적용 범위를 현행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이 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간첩죄 적용 대상이 북한(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어진다. 휴전 직후인 1953년 이후 72년 만의 일이라 늦었지만 다행스런 결정으로 받아들인다.

현행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하는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간첩죄 규정을 두고 있다.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처벌한다. 다만 현행법상 '적국'이 북한뿐이어서 지금은 다른 나라에 국가기밀을 빼돌려도 간첩법 처벌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중국인이나 중국 국적 조선족이 중요한 우리나라 군사정보나 첨단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스파이 혐의가 적발됐다 해도 간첩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일반 군사기밀 누설 혐의는 10년 이하의 징역형만 가능해 형량이 간첩죄보다 낮다.

실제 지난 2018년 중국과 일본에 군사기밀을 팔아넘긴 군무원은 간첩 활동을 했지만,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 누설 혐의가 적용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국군정보사 군무원이 해외에서 활동 중인 비밀요원 명단을 중국에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으나 역시 간첩죄로는 처벌하지 못했다. 중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들이 국내에서 군부대 등을 무단으로 촬영한 사건이 지난해 6월 이후 10여건 이상 발생했지만 이들 역시 간첩죄 적용이 어려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최근 부쩍 늘어난 산업스파이 범죄도 간첩죄의 구멍으로 남아있다. 국가정보원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반도체 등 96건의 산업기술 유출을 적발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유출된 범죄였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5월 한국 교민이 중국회사 근무 당시 반도체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반(反)간첩법을 적용해 구속했다. 러시아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탈북자를 지원하던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간첩죄를 적국에만 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내에선 2004년부터 간첩죄를 확대하는 형법·군형법 개정안이 꾸준히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형법 98조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소위까지 통과했으나 중국 반발 등을 의식한 탓인지 민주당이 어깃장을 놓은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이재명 대통령 의중을 반영해 지난달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간첩죄 조항의 조속한 개정을 요청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간첩죄 범위 확대는 국가안보의 커다란 구멍을 메우는 일이자 안보 법령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인 만큼 한시가 급하다. 국민의힘도 그동안 간첩죄 확대를 앞장서서 요구해 온 만큼 연내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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