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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 이야기-62] 핫도그를 닮았네~! ‘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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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04. 17:30

(62) 부들 그림
부들 그림
가을 들판을 거닐다 보면 물가 풀숲에서 먹음직스럽게 생긴 야생초를 만날 수 있다. 생김새가 영락없이 맛난 간식 핫도그를 닮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장난삼아 먹는 영상이 재미있는 이 수생식물의 이름은 '부들'이다.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꽃가루받이를 할 때 부들부들 떤다고 하여, 또는 잎이 부드럽고 부들부들해서 '부들'이 되었다고 한다.

부들은 옛날부터 서민들의 생활용품으로 긴요하게 쓰여왔다. 부들 잎으로 방석, 돗자리, 비 올 때 쓰는 도롱이, 삿갓, 부채를 만들었다.

핫도그처럼 생긴 부들 열매는 그 안에 수많은 솜털 씨앗을 품고 있다. 열매 한 개에 무려 35만 개나 되는 씨앗이 들어 있다니 지방 도시의 인구에 맞먹는 숫자다. 이 솜털 씨앗은 목화솜이 없던 시절, 서민들을 추위로부터 보호한 고마운 존재였다. 옷 속에 부들의 솜털을 넣어 보온 효과를 높임으로써 기나긴 겨울의 추위를 이겨냈다. 이뿐인가. 말린 이삭에 불을 붙여 횃불 대용으로 쓰기도 했고 낚시꾼들은 부들의 줄기로 찌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편의용품이 넘쳐나는 현대에도 부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개성 넘치는 핫도그 모양의 암갈색 열매가 꽃꽂이용으로 최적이기 때문이다. 꽃대의 수명도 길어 꽃꽂이 재료로 쓰기에 정말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착한 용도를 두루 갖춘 부들이지만 함부로 입에 넣어서는 안 된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35만 개나 되는 솜털 열매가 입안으로 터져 들어가 기도(氣道)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음직스러운 외모를 즐길 수가 없다니 조금 아쉽기는 하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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