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우리는 핵잠 보유 준비가 됐는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0201000083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12. 03. 17:27

KakaoTalk_20251128_184803305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 전문연구위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체협력체(APEC)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핵연료 공급 요청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흔쾌히 동의하면서 미국의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면 합의가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협상을 이끈 위성락 안보실장은 핵잠의 국내 건조를 전제로 협상했다고 하였으나 공동설명자료(joint factsheet)에는 담기지도 않았다. 당장 북한과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고, 일본에서도 핵잠 건조 관련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들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안정, 북한의 비핵화,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과 우리의 국방태세 등에도 광범위하고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엄격한 비확산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이례적인 핵잠 건조 동의 뒤에는 수많은 관문을 넘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의 핵잠 건조 동의가 있었으나 이후 미국 내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앞으로 핵연료 공급 방식, 미국 의회의 승인 여부, 미국 내 각종 이익단체의 이권 조정, 필리조선소에서 건조시 방산업체로 지정과 각종 통제장치, 지속 가능한 조선업 생태계 조성 등 많은 장애물들이 놓여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계속될지도 불확실하다. 2021년 9월 AUKUS(오커스)에서 승인한 호주의 핵잠 건조도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단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길고 불확실한 과정의 시작일뿐이다.

핵잠 보유는 우리의 안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우리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근본부터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건조를 고집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미국 내에서 핵잠을 건조한다면 기술 이전은 고사하고 핵잠 획득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후 핵잠의 운용 및 유지에서 미국의 통제로 엄청난 곤란을 겪을 것이며 비용도 상상을 초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가 처한 전략환경에서 핵잠의 필요성과 건조 가능성, 우리의 해양전략, 해군력 건설 방향과 잠수함 전력의 최적화 방안, 주민의 수용성과 사회적 비용, 예산의 가용성과 더 효율적인 방안까지 모든 것들을 면밀하게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핵잠의 필요성 판단의 출발점인 '군사작전적 유용성'도 잘못 알려진 면이 많다. 가능하지도 않은 '수중에서 적 잠수함 추적 신화'는 우리의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진수한 세계 최고의 장영실함급 재래식 잠수함보다 핵잠이 얼마나 더 유용한지 충분하게 검증되지도 않았고, 우리가 핵잠을 보유하면 마치 북한 SLBM 위협에 모두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은 만들어낸 환상이다.

미국의 핵잠 건조 동의는 국가적 성과일 수 있으나 결코 희망에만 기대어 섣불리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이후 미국 내 과정과 결정들, 북한과 중국의 반발과 조치들, 새로운 군비경쟁의 시작 등은 불안정한 요소들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하나도 쓸모없는 '핵잠'(핵추진 잠수함)이니 '원잠'(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니와 같은 비본질적 논쟁에 매몰돼 있다. 핵잠 건조는 잘못하면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제부터라도 허상은 버리고 냉정하게 하나씩 하나씩 짚어나갈 일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