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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서울지하철 노조 ‘준법운행’ 시작…역사 곳곳 ‘조용한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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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12. 01. 19:03

1일 오전 우려했던 '출근 대란'은 없어
인파·정차 시간 증가…시민 불편 호소
이달 중순 파업까지 이어질 우려도
서교공 "시민 불편 최소화 노력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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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7시 20분께 출근길 지하철 1호선.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렸다. /김태훈 기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준법운행'으로 인해 인파가 몰리며 출근길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우려했던 '출근 대란'은 없었으나 역사 곳곳에서는 "느림보 운행"이라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결렬을 이유로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인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과 제2노조인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는 12월 첫차부터 준법운행에 나섰다. 준법운행은 승하차 안전을 이유로 정차 시간을 규정대로 30초씩 충분히 확보하거나 규정 외 업무를 거부하는 방식이다. 지하철 운행 속도가 떨어지는 만큼 태업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1일 오전 7시 10분께 회기역 1호선은 평소 출근길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혹시 모를 지연을 대비해 출근길을 서두른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세무사 이정규씨(27)는 "열차가 지연될까 봐 예정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왔다"며 "첫 출근날이라 혹시나 지각하면 큰일 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취업 준비생 임석현씨(25)는 "오늘 중요한 면접이 있다"며 "지하철이 늦으면 면접 시간이 꼬일까 봐 회사 근처 카페에 미리 가서 준비하려고 일찍 나왔다"고 했다. 그는 "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평온해서 조금 허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부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경희대 학생 양재혁씨(25)는 "열차 자체가 크게 늦지는 않았지만 사람은 평소보다 30%정도 더 많은 느낌"이라며 "평소에는 앉아서 올 수 있는데 오늘은 내내 서서 왔다"고 말했다. 병원에 검진받으러 가는 김영희씨(72)는 "평소 10분이면 가는 거리가 오늘은 15분 넘게 걸린 것 같다"며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열차가 천천히 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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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에 준법운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태훈 기자
다만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준법운행에 나섰던 지난해 11월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준법운행 첫 날 정차 시간이 길어지며 1~2분 늦어지는 통상적인 지연만 있었을 뿐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교통공사가 확인한 공식적인 열차 지연은 없었다. 지난해에는 한국철도공사 노조까지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20분 넘게 지연되는 열차가 150여 대에 달했다.

하지만 준법운행이 총파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서울교통공사 1·2·3 노조 모두 사측과 임단협이 결렬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도 중지됐다. '쟁의 행위안건'도 조합원 투표를 통과했다. 이는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1노조와 3노조는 사측과 서울시가 더 나은 임단협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오는 12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2노조도 12월 중순 총파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조는 정부가 권고한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 3%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조조정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공사 측은 재정난을 이유로 1.8% 인상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날 공식적으로 확인된 열차 지연은 없었다"면서 "준법운행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혼잡 역에 인력을 지원하고 승강장에서도 정상 업무를 독려했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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