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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부진 속 상표권 사용료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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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연 기자

승인 : 2025. 11. 28. 17:49

3년간 지주사에 상표권 사용료 217억원 지급 공시
LG그룹, 매출서 광고비 뺀 금액에 '0.2%' 적용
3분기 영업익 56%↓…실적 악화 속 고정비 부담↑
LG생활건강 본사 전경.
LG생활건강 본사 전경./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지주사에 지급해야 할 상표권 사용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산정되는 수백억원대의 상표권 사용료가 비용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주사인 LG에 상표권 사용료로 217억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시했다. 거래 기간은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구체적인 계약을 올해 안으로 체결할 예정이며 거래 금액은 향후 경영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대다수의 대기업 그룹들은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액수에 일정 수수료율을 매기는 식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산출한다. LG그룹은 여기에 0.2%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지주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LG그룹은 지난해 계열사들로부터 총 3545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거둬들이며 국내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상표권 사용료 수취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그룹마다 산정 방식이 다르고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동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동반 하락하며 경영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고정비 성격의 상표권 사용료 지출은 지속돼야 하므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800억원,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56.5% 줄어든 수치다.

사업 부문별 희비는 엇갈렸다.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과 '제로 음료' 열풍 등에 힘입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체 실적을 견인해야 할 뷰티 사업이 대대적인 사업 효율화 작업과 중국 시장 부진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분기 영업이익이 400억원대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수백억원 단위의 현금 유출은 뼈아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의 연간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생활건강의 올해 연간 매출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4% 감소한 6조4617억원, 영업이익을 42% 줄어든 2662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고 외부 검증이 어려운 구조라 실적 악화 시에도 그룹 지주사로 돈이 빠져나가는 고정 통로로 인식된다"며 "특히 LG생활건강처럼 주력 계열사가 부진한 상황에선 주주들의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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