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부회장 용퇴로 부회장 '1인 체제'
'ABC' 분야 인재 승진자 중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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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각 계열사는 전날 이사회를 거쳐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하고 주요 계열사 리더십을 대폭 조정했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올해 신년사 등에서 강조한 도전과 변화, 고객 가치 중심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장 큰 변화는 LG전자다. LG전자를 4년간 이끌어온 조주완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용퇴하고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이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됐다. 엔지니어 출신인 류재철 신임 CEO는 세탁기·냉장고·공조 등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생활가전(H&A) 분야의 글로벌 1위 기반을 다져온 핵심 인물이다. HS사업본부장은 백승태 부사장이 후임으로 선임됐으며, 전장(VS)과 냉난방공조·에너지솔루션(ES)을 이끄는 은석현·이재성 본부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는 올해에만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생활가전·TV 수요가 몰리는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00억원 이상 줄었고, 결국 전 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까지 실시한 상태다. 조주완 사장이 2021년 CEO 취임 후 외형 성장·질적 성장·사업 체질 개선과 인도 IPO(기업공개)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외부 평가에도 최근 실적 흐름이 내림세였던 점이 교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던 조 사장이 용퇴한 것은 구 회장이 실적과 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반면 성장을 입증한 계열사는 리더십이 강화됐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기존 경영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문 대표는 2023년 CEO 취임 이후 전장·반도체 기판 등 고부가 사업에 집중해 체질 개선을 이끌어왔다. 실제로 LG이노텍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0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광학솔루션 경쟁력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로봇·우주산업용 부품 등 신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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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승진 후보로 거론됐던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유임됐다. 정 사장은 2023년 12월 CEO로 오른 뒤 2년만에 회사를 흑자 기조로 되돌렸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8조6092억원, 영업이익 3485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는 기술·생산 기반의 승진 인사를 중심으로 OLED 사업 강화 전략을 이어갔다.
LG CNS는 AI·AX(AI 전환)를 그룹의 미래 성장 축으로 삼고 리더십을 재정비했다. 김태훈·최문근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AI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성과를 인정받은 30대 인재가 상무로 발탁되는 등 기술 기반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제시한 'AI·바이오·클린테크(ABC)'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승진자 121명(신규 임원 86명)과 비교해 규모가 줄었으며 미래 사업을 주도할 핵심 인재만 선별하는 정예화 기조가 두드러진다. LG 측은 "최근 5년간 선임된 신규 임원 중 25% 이상이 ABC를 포함한 R&D 분야 인재"라며 "올해도 ABC 분야 인재가 전체 승진자의 2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LG그룹은 이날 8개 상장사가 일제히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을 공시하며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했다. 올해만 약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LG와 LG전자 등은 내년에도 잔여 자사주 소각을 이어갈 계획이다. LG전자는 향후 2년간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 계획을 새롭게 발표했으며, LG화학·LG유플러스·LG이노텍 등도 배당성향 확대와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LG·LG전자·LG화학 등은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신설하며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에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