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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리어 대표는 "WTO 체제가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해 일자리와 경제 안정을 잃었다"며 "중국이 최대 수혜자인 자살 협정"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시장 접근이라는 '당근'과 관세라는 '채찍'을 활용하는 새로운 무역 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다자간 무역 협상과는 달리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자간 호혜주의에 바탕한 자유무역 대신 관세를 지렛대로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일방적 무역체제를 선언한 셈이다.
이날은 바로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체결한 15% 상호관세가 발효된 날이다. 이 때문에 그리어 대표는 미-EU 상호관세의 합의를 이룬 곳을 붙여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무역·경제 정책 재편을 선언한 후 불과 130여 일 만에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세계 경제 질서를 규정한 브레턴우즈 체제가 저물게 된 것이다.
턴베리 체제가 80년 브레턴우즈 체제와 30년 WTO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로 확고히 자리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제 막 시작해 미국에 미칠 경제적 파장과 충격을 분명하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 무역 질서가 다자무역에서 벗어나 당분간 양자 및 복수 국가 간 협정 중심의 흐름을 보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1차 트럼프 행정부 때의 대중국 관세를 그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답습했던 전례에 비춰 관세 채찍의 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라운드는 관세를 핵심 도구로 무역 장벽을 쌓고, 미국 내 제조업을 활성화하며,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도 새로운 통상 및 경제 틀에 대한 적응과 대응, 전략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수출주도형 한국은 수출 감소, 환율 상승, 투자 및 일자리 공동화, 세수 부족 등의 만만찮은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출에 대한 각종 규제 철폐와 지역 블록 그룹 통상 강화를 통한 수출 다변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