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축소·충전 인프라 한계 속 '현실적 대안'
하이브리드와 EV 잇는 징검다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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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각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EREV 도입을 준비하는 것은 전동화 전략의 '속도 조절'이라고 분석한다.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글로벌 각국의 보조금 축소 및 충전 인프라 한계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EREV가 전동화에 현실적인 해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7년 EREV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전기차보다 배터리 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600마일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1000km에 가까운 거리로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보다 두 배 이상 긴 주행거리다.
EREV를 처음 대중화한 브랜드는 GM이다. GM은 2010년대 초 '볼트(Volt)'를 통해 해당 개념을 상용화했으며, 이후 여러 완성차 브랜드가 이 기술을 계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활발하게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다. BYD와 리오토(Li Auto)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다양한 EREV SUV를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EREV는 약 131만대에 달했다.
현대차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속속 EREV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토요타는 하이랜더와 시에나 등 주력 SUV 및 미니밴에 EREV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며,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역시 SUV와 픽업트럭 등에서 EREV 모델을 준비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EREV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중간 해법'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EREV는 충전 인프라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과도기적 기술"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전기차 대비 실용적이고, 하이브리드보다 친환경성이 높은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안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REV는 복잡한 구동 시스템과 높은 원가 구조로 인해 대량 양산의 경제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정부의 친환경차 분류 기준에 따라 세제 혜택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