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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그룹 뛰어 넘은 가상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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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07. 21. 11:01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인기 원인은?
빌보드 흔든 '서사형 OST' K-팝 세계관의 힘
케빈 우·트와이스·안효섭, 현실이 완성한 가상 세계
케이팝데몬헌터스
'케이팝데몬헌터스'/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이 미국 빌보드 200에서 4주 연속 톱5에 오르며 이례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존 아티스트가 아닌 가상의 아이돌 그룹이 메인 앨범 차트에서 이처럼 장기간 상위권을 지킨 건 흔치 않은 일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이 앨범은 첫 주 8위로 데뷔한 뒤 2주차 3위, 3주차 2위를 기록했고, 4주차에도 5위로 톱5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순위뿐 아니라 소비량도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4주차 기준 앨범 유닛은 총 8만5000장이다.

빌보드는 "2014년 앨범 유닛 기준 집계를 시작한 이후 2~4주차 연속 소비량이 증가한 유일한 사운드트랙"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OST의 주간 스트리밍 횟수는 1억953만회로 2022년 '엔칸토' 이후 OST 부문 최고 수치다.

OST의 중심에는 주인공 루미의 내면 서사를 이끄는 테마곡 '골든'(Golden)이 있다. 이 곡은 단순한 삽입곡을 넘어 극의 감정선을 밀도 있게 떠받치는 구조로 설계됐다. 기승전결에 따라 감정의 흐름이 구축돼 있고 중반부에는 캐릭터의 내레이션이 삽입돼 내면 독백처럼 들린다. 곡 자체가 이야기의 일부로 작동하는 이른바 '서사형 OST'다.

음악적 완성도도 뒷받침됐다. 테디·이재·레이 아미 등 북미와 아시아에서 활동 중인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K-팝 특유의 감정선과 북미 팝의 구조적 안정감을 결합했다. OST는 골든을 포함해 '소다 팝'(Soda Pop) '프리'(Free) '테이크다운'(Takedown) 등 캐릭터별 개성과 정서를 반영한 멀티 트랙으로 구성됐다.

KPOP DEMON HUNTERS
'케이팝데몬헌터스'/넷플릭스
성과 역시 숫자로 입증됐다. 골든과 소다 팝은 스포티파이 글로벌과 미국 차트에서 나란히 1·2위에 올랐고 국내 멜론 '톱100' 차트에서도 동일한 순위를 차지했다. 배우 안효섭이 직접 부른 프리는 공개 하루만에 1000만 뷰를 넘겼고 트와이스 멤버 정연·지효·채영이 각각 개인 명의로 참여한 테이크다운은 빌보드 차트에 단독 진입했다. 그룹이 아닌 개인 단위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통도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OST는 6월 20일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를 통해 정식 발매됐고 골든은 7월 4일 싱글로도 별도 공개됐다. 북미 시장을 염두에 둔 기획으로 보인다.

극 중 등장하는 가상의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는 SNS와 유튜브·팬 플랫폼 등에서 실제 아티스트처럼 운영되고 있다. 음악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팬덤이 형성됐고 콘텐츠의 세계관이 그대로 소비 구조로 이어졌다. 실제로 사자 보이즈 멤버 '미스터리'의 보컬을 맡은 유키스 출신 케빈 우는 OST 발매 전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가 약 1만명이었으나 이후 2천만명에 육박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K-팝에서 지금 가장 큰 이름은 BTS가 아니라 넷플릭스"라며 현실 아이돌이 넘지 못한 벽을 가상 그룹이 넘었다고 평가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의 흥행은 단순한 화제성이나 캐릭터 소비에 기대지 않았다. 이야기와 감정을 치밀하게 설계한 음악, 스트리밍 최적화된 트랙 구성, 실연 아티스트의 역량, 플랫폼과 유통이 맞물린 구조적 기획이 작동한 결과다.

또 OST가 하나의 중심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고 OTT 기반 K-팝 콘텐츠 전략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 인기의 근거는 상상이 아니라 기획력과 음악 그 자체였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은 노래의 힘이다.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 K-팝의 매력을 담아냈고 여기에 한국적인 문화 코드가 이질감이 아닌 신선함으로 작용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단순히 '아이돌이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다. 버추얼 아이돌인 플레이브 사례처럼 음악성만으로 경계를 넘어서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작품이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확산된 것도 큰 요인이지만 결국 꾸준한 성적은 음악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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