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신정체제 전환, 핵프로그램 근절
정권 보위용 핵개발, 신정체제 이란, 세습왕조 북한 기형성 위헝성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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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레짐 체인지'란 지난해 7월 조기 대선에서 승리해 14대 대통령에 오른 마수드 페제시키안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최고지도자 아래 제2인자에 불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결사 항전' 식의 뻔한 얘기이긴 하지만 최초의 반응은 최고지도자 직속 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에서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종 목표는 최고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뿌리뽑기다. 1939년생 하메네이는 1979년 팔레비 왕정을 전복시킨 이슬람 혁명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사망한 후 그 자리를 이었다.
호메이니에 비해 학문적 권위와 종교적 카리스마가 부족했으나 당시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하메네이는 이란-이라큰 전쟁 발발 이듬해 1981년 대통령으로 선출돼 7년간 꼬박 이라크와 전쟁을 치르며 혁명수비대와 긴밀히 소통한 경력을 바탕으로 차차 군·사법·행정·언론을 장악해 갔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명실공히 초헌법적 절대권력자로 군림하게 됐다.
이러한 하메네이 체제를 종식하고,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이란의 '레짐 체인지'를 '체제 전환'으로 부르는 게 적절하다. 대한민국에서 레짐 체인지를 지향한 사람들도 구분 지어 지칭돼야 마땅한 것과 같은 이치다. 헌법 질서 속의 반독재투쟁이라면 민주화 운동의 일환인 정권 교체지만, 인민민주주의 지향성을 지닌 운동은 자유민주 체제에 대한 전복 세력이었다. 1980년대 초반 학생운동 중심으로 등장한 민중민주(PD), 몇 년 뒤 등장해 빠르게 대학가 정신 지형과 권력을 장악한 민족해방(NL) 노선의 주체사상파는 단순히 정권 교체를 원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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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이란(페르시아)인·유대인 사이에 기원전 6세기부터 이어진 오랜 우정"을 언급했다. 2600년 된 우정이란 페르시아 제국 시절 사이러스(고레스) 대왕이 바빌론의 노예였던 유대인들을 해방시킨 역사를 말한다. 제국 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예루살렘 성전 재건을 고무함으로써 유대인 정체성 회복을 도운 사이러스 대왕은 유대인들의 영웅이었다. 구약성경(이사야서)엔 극찬과 감사가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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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이니 손자이자 신학생인 세예드 아마드(28)의 18일 뉴욕타임스(NYT) 전화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포르도 지하 핵시설이 있는 곰시에 살며 신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미군의 벙커버스터가 투하되기 사흘 전인 그날, 가문 전통의 위기를 토로하면서도 "적들이 (이슬람) 혁명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라고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페제시키안 후보의 선거 운동을 지원하는 등 최근 수년 동안 개혁파 행보를 보인 인물이긴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할 '결사 항전'을 외치는 현 이란 고위층들처럼 망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역시 이란의 '체제 전환'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22일 트루스소셜 글에서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하는데 왜 '레짐 체인지'가 없겠느냐" 반문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경우 정권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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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트럼프는 대북 군사행동을 선택지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구 3000만' 수도권이 휴전선 코앞이나 다름없는 가운데 대포 1만개를 가진 김정은을 상대해야 하므로, 핵시설을 타격한다고 해서 재앙적 위험 가능성이 사라지진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북한의 핵 보유 의사 부재'를 외치던 사람들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시작되자 '북핵=억제 수단'이라며 북한 정권 논리를 충실히 되풀이해 왔다. 체제 전환 필요성으로 치자면 이란과 북한이 다르지 않다.
아예 핵 개발 명분 자체가 '사악한 서구 문명의 핵심 미국과 이스라엘 심판'인 이란이 한술 더 뜬 것은 맞지만, 자국민을 희생시켜 정권 보위용 핵 개발에 나선 점에서 신정체제 이란이나 세습왕조 북한이나 판박이다. 기형적이고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