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하락과 부동산 경기 회복이 겹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했는데, 7월부터 은행들이 가산금리는 높이고 우대금리는 없애는 등 대출금리를 수십차례 인상하자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은행의 곳간은 더욱 두둑해졌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6조6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순익을 갈아치웠다. 증권과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그룹 순익을 견인한 것이다.
은행들이 대출자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비용인 수신금리를 내리면서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대출금리는 오히려 끌어올리며 이자수익을 쏠쏠히 챙겨왔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보다 현재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더 높아진 이유도 이들 은행이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가파르게 올렸기 때문이다.
40대 직장인 A씨는 2019년 11월 주택을 구입하면서 시중은행에서 30년 만기 혼합형 주담대를 받으면서 연 2.84%의 금리가 적용됐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이달부터 금리가 재산정됐는데, 적용금리는 5.29%로 이전보다 2배에 육박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보다 기준금리가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 상승폭이 반영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상승 배경을 알 수 없는 가산금리를 일방적으로 1%포인트나 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A씨는 토로했다.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금리로, 신용도 변화에 따라 위험이 커지면 높아지고 반대로 위험이 낮아지면 금리 수준이 떨어진다. A씨는 지난 5년간 KCB기준 신용점수가 1000점으로 상위 5%인데도 가산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기존 대출에 대해서 과도하게 가산금리를 높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대출 문턱을 높여 과도한 대출 취급을 제한할 수 있지만, 이미 나간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높이는 것은 집을 팔아서 대출을 갚던지, 아니면 높은 대출 이자를 부담하라는 압박이기 때문이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대출 규모 감소 효과가 없다며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조치를 없앴는데, 이와는 모순된 금리 정책인 셈이다. 결국 은행들이 이자수익으로 곳간을 채울 심산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올해 은행권 이자이익이 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우수한 경영실적을 달성했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지 다시한번 돌이켜 봐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