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탄핵소추권 남용으로 본질을 잊은 국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401001382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0. 24. 17:51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현 국회는 탄핵소추권을 가장 중요한 권한인 것처럼 계속하여 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하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탄핵소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절대 다수당이 된 야당은 21대 국회부터 특정 국가권력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탄핵소추권을 압박용으로 사용하더니, 22대 국회부터는 아예 전가의 보도처럼 탄핵소추권을 휘두르고 있다.

국회의 탄핵발의의 역사를 보면 과거에도 대법원장이나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간헐적으로 행사되었다. 그러다가 2004년 국회에서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었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기각하였다. 그 후에도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검사와 대법관을 대상으로 발의되었다가 폐기되곤 하였다. 그런데 2016년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가결하였고 헌재의 인용으로 대통령은 파면되었다.

당시 여당의 반목으로 탄핵소추가 가결되면서,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정치권에서 새롭고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지난 정권에서 장관을 대상으로 했지만 대부분 폐기되었고, 2020년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부결되었다. 그런데 2021년 임성근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면서 헌재에 탄핵심판이 청구되었다가 각하되었다.

국회의 탄핵소추권 행사는 그 후 약 2년간 잠잠하다가 2023년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었지만, 헌재가 기각하였다. 2023년 11월에는 4명의 검사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지만 철회되었다. 그러나 2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가결되어 헌재로 갔고 하나는 기각되고 다른 사건은 법원의 재판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도 야당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는 계속되고 있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가결되어 헌재로 갔지만, 국회가 헌재 재판관 3명을 선출하지 않아 탄핵심판이 계류 중이다. 이에 최근 피청구인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받아들이면서 헌재 스스로 재판 기능을 위한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결국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발하면서 발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탄핵소추는 일반 사법절차로 소추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에 대하여 국회가 대의적인 책임을 묻는 제도이다. 탄핵소추의 기능은 헌법의 보호, 다른 국가권력의 통제에 있다. 우리나라는 헌재가 탄핵을 최종 결정하는 사법형을 택하고 있다. 이는 탄핵이 위헌·위법을 사유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는 정치적·윤리적 판단만으로 탄핵소추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국회가 행사한 탄핵소추는 고위공직자의 위헌·위법을 문제 삼고 있지만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특히 22대 국회에 오면서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들에만 집중된 탄핵소추는 정치적 의도를 감추고 위헌·위법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탄핵제도의 헌법적 기능을 도외시하는 위헌적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탄핵제도도 국가권력의 위헌·위법을 통제하여 헌법 질서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헌법은 국회가 고위공직자를 탄핵소추하고 헌재에 탄핵심판을 청구하면 대상자의 권한이 정지되도록 하고 있다. 즉 탄핵심판 청구로 피청구인은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국회가 고위공직자에 대하여 탄핵소추 하여 헌재에 탄핵심판을 청구하게 되면 대상자의 권한이 정지됨으로써 국가기능의 일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탄핵소추권을 함부로 행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헌재에 탄핵심판이 청구되어 피청구인의 권한이 정지되면 권한대행자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행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가기관의 기능 일부가 제한되고 그 여파는 국민에게도 미치게 된다. 즉 탄핵의 결과와 관계없이 국가적 손실이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고위공직자의 위헌·위법을 차단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더 중요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탄핵제도 외에도 형사사법제도로 처리할 방법이 있다.

탄핵은 그 본질이 헌법수호이기 때문에 함부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헌재는 헌법은 탄핵의 사유를 헌법 질서를 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평등원칙에 따라 대통령뿐만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른 고위공직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직권 오남용의 범죄행위는 탄핵소추가 아니라 형사사법절차를 적용해도 충분하다. 22대 국회에서 야당 발의의 탄핵소추는 헌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사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빈번한 탄핵소추는 입법권 행사를 본질로 하는 국회의 정상적 기능을 저해한다. 무리한 탄핵소추는 헌법 질서를 훼손하는 위헌적 권한 행사가 될 수 있다. 이제 야당은 무리한 탄핵소추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국회도 중심적인 입법기관으로서 본분을 잊지 않고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