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
그런 와중에 민주당은 (이재명)집권플랜본부를 발족시켰다. 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집권플랜본부를 통해 윤석열 무정부시대 이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독재정권의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맞서 사법정의 특위도 설치했다. 민주당의 움직임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탄핵을 당했고, 민주당은 이미 집권했으며 이재명 대표는 이미 대통령이 다 됐다.
이재명 대표는 여러 재판 중 양형이 그중 가벼운 선거법 위반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구형을 받아 놓고 있고 위증교사혐의 1심 재판에서는 징역 3년 구형을 받아 놓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더 무거운 혐의 사건인 대장동 사건, 성남FC 사건 그리고 쌍방울 대북 불법송금 사건에서 어떤 구형과 선고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1심은 1심일 뿐, 대법원 확정까지는 무죄다.' 이재명 대표 측에서 하는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맞다. 그러나 비록 확정은 아니지만 어떤 사건에서든 의원직 박탈형과 향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는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오는 순간 사법적으로는 유죄 확정이 아니나 정치적으로는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1, 2심 유죄를 대법원에서 뒤집어 대선출마의 활로를 뚫은 적이 있는 이재명 대표이니만큼 이번에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는 이재명 대표 측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정치상황과 사안이 그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언더독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무죄파기환송 판결에 힘입어 수직으로 상승해 대선후보를 거머쥐었던 3년 전과 달리 지금의 이재명 대표는 직전 대선후보이자 DJ 이후 최초로 연임 당대표를 하면서 압도적 대세론을 구가하는 중이다.
무지개를 향해 달음박질을 칠수록 무지개는 더 멀어지듯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탄핵의 추억을 소환해 거칠게 돌진할수록 탄핵은 멀어져 갈 것이다. 지금의 탄핵 공세는 탄핵의 법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일장춘몽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면서도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 하고 그러면서도 아무런 실체도 근거도 없는 일종의 뇌피셜인 '심리적 탄핵' 운운하는 것도 그들이 탄핵의 법적 요건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닥공, '닥치고 공격'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다. 특히 사법처리의 벼랑 끝에 서서 이판사판 밀어붙이는, 아니면 말고 식의 닥공으로 성공한 경우는 없다. 민주당의 총공세를 여권에서는 탄핵 빌드업으로 규정하는 듯한데, 필자가 보기에 이건 빌드업도 아니다. 빌드업이라면 근거와 요소들을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는데 지금 야권의 공세는 분위기 띄우기 이상이 아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사태는 분위기 조성만으로 탄핵 빌드업이 가능했다. 다들 처음 해보고 처음 당해보는 사태라 '선탄핵 후사법처리'가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명백한 사법적 근거, 그것도 충분한 사법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국민의힘 108명 국회의원 중 단 한 표의 이탈도 없을 것이다.
8년 전 탄핵에 가담했던 김무성, 유승민 등 '정치적 배신자'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적어도 108명 국회의원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병대원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조차도 대통령 탄핵에는 찬성표를 던지지 못하거나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야권에는 '달콤한 추억'으로 그러나 여권에는 '참담한 고통'으로 남아 있는 박근혜 탄핵의 정치적 교훈이다. 거기에 목맨 조국, 이재명 대표, 그 두 사람에게 끌려다니며 억지춘향격으로 '탄핵 빌드업'에 나선 야권의 모습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