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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거리를 오가다 보면 꽤 많은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전보다 훨씬 많아진 듯하다. 온 나라가 온통 현수막에 감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하철역 근처나 횡단보도 주변에는 어김없이 지방자치단체가 내건 현수막을 보게 된다. 분양업체의 게릴라식 현수막도 자주 목격된다. 지자체나 분양업체가 내거는 현수막에는 그나마 유익한 생활 밀착형 정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당·정치인들의 현수막 게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정당, 지역구 의원 등은 상대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는 내용을 붉은색, 파란색 바탕에 담아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현수막을 마구잡이식으로 걸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다양한 내용의 현수막들이 등장한다. 어떤 지역구 국회의원은 수험생들을 향해 입시가 얼마 남았다는 내용을 넣은 현수막을 친절하게(?) 게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보느라 눈과 고개에 통증을 느끼기 마련인 요즘이다. 그래서 거리를 장악하는 현수막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뒤에 얘기하겠지만 현수막 공해는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다.
40대 젊은 이벤트 기획사 대표에게서 들은 얘기다. 요즘 이벤트 수주를 위해서는 발주처에 꼭 탄소배출, 기후변화 대처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행사장에 사용되는 홍보 안내판은 이전에는 PVC 등으로 쉽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탄소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목재 등을 사용해야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인트도 환경친화적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등장했다고 한다.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면 금상첨화라고도 했다. 폐기 처분 시 불에 태울 경우 탄소가 배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비용도 추가되기 때문에 매우 꼼꼼하게 준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일상에서 잠시라도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너 나 할 것 없이 유튜브로 하루를 시작해서 유튜브로 하루를 마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유튜브와 기후변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양쪽이 매우 상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흥미를 끌고 있다. 프랑스 비영리 환경단체 '시프트프로젝트(Shift Project)' 연구에 따르면 1시간 HD 화질로 동영상을 시청할 경우 약 3.2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로 12㎞ 이상을 주행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유튜브만 봐도 탄소배출을 하게 된다니 혀를 찰 노릇이다. 한 국회의원은 국내에서만 (유튜브 시청으로) 연간 약 6534만톤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고 이게 우리나라 기후위기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리를 어수선하게 하는 현수막 1개의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될지, 전 세계에서 유튜브가 야기하는 탄소배출이 얼마나 막대한지 알 길이 없다. 현수막과 유튜브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기는 하지만, 탄소배출에 관한 한 모두 주범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예전에 없던 강력한 폭염과 혹한 등 이상 기후가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변화로 받아들이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지구촌 구성원 모두가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정치인들과 지자체 등 현수막을 거리에 내거는 당사자들은 현수막 제작과 폐기에 따른 탄소배출에 지대한 관심을 쏟아야 마땅하다. 정치인들은 보나 마나 한 정치적 험담이나 대상이 모호한 덕담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을 그만두면 좋겠다.
올여름 폭염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로 심했다고 다들 아우성친다. 올겨울 혹한 역시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다. "현수막, 유튜브 정도야"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을 휩쓸고 있는 현수막이 몇 개나 될지,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될지 한번 생각해 보면 현수막 게시 유혹이 좀 꺾이지 않을까. 차분한 사회 분위기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유튜브 시청을 최대한 줄이는 게 기후변화에 적극 동참하는 지름길이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아울러 형성됐으면 좋겠다. 유튜브가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대책을 마련하거나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는 일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