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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칼럼] 정부 연금개혁안, 더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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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9. 29. 18:33

OECD서 평가한 韓연금개혁 <13>
정부 연금개혁안, 자동조정장치 도입 취지 반드시 살려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가능한 줄 착각하는 우리사회의 집단최면
현재 42% 수준인 소득대체율을 그 절반인 20% 수준으로 깎아야
일본의 소득대체율은 32.4%에 불과, 스웨덴의 공적 소득비례 노령연금 급여율은 34%
'세대별 차등 부담안'은 세대 간 불공정성을 줄이는 장치인데도 '세대 간 갈라치기'라며 갈등 부추기는 것은 잘못
정부안대로 해도 후세대 부담 여전히 큰데 정부안 반대하면서 공적연금강화 외치는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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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지난 4일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뭇매를 맞고 있다. 정부가 개혁안을 내지 않았다고 비판했던 언론도 정부안을 공격하고 있다. 정부안을 내라고 해서 냈더니 흠집만 찾고 있다. 어떤 고민 끝에 그런 안이 나왔는지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합심해서 더 좋은 방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오래전부터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주장해 온 필자는 정부 자동조정장치가 제대로 된 내용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필자 비판은 '자동 깎기 장치'라는 프레임을 씌워 자동조정장치 도입 취지를 훼손하려는 집단과는 결이 다르다. 우리 연금제도가 지속이 가능하기 위해, 얼마를 깎아야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어야, 선동꾼들의 발호를 막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집단 최면상태에 빠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는 것이 가능한 줄 알고 있다. 필자는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낙관적으로 전망되었다고 비판해 왔다. 이러한 낙관적인 재정추계에서도 주요 OECD 국가들처럼 운영한다면, 현재 42%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그 절반인 20% 수준으로 깎아야만 한다는 것이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핵심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 사회의 이해 관계자 다수는, 연금 더 주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국민과 언론을 선동하고 있다. 재정안정 달성을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개혁의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으나, 우리 실상을 제대로 밝힌 뒤에 최대한 노후소득을 강화할 수 있게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 뿐이다.

앞선 세대와 뒷세대의 엄청나게 큰 '부담과 급여 수준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서 제안된 세대별 보험료 차등 부담안'을 '세대 간 갈리치기'라며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젊은 층보다 10%포인트나 더 높은 소득대체율의 혜택을 받는 세대에게 잠시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지극히 소극적인 내용, 정부안일 뿐 입법도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해당 연령층이 '부글부글해 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 제안의 자동조정장치는 '노후소득보장은커녕 깡통연금'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한다. "공적연금의 본래 기능은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이라고 대비시키면서다.

지난 24일 연금연구회 6차 세미나에서 연구회 소속인 전영준 한양대 교수가 발표한 내용이다. "기대수명 연장 효과는 전부,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는 일부만 반영했다. 정부 발표와 유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설정한 가정이다. 정부 개편안이 국민연금 재정안정 달성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적립 부채가 감소하기는 하나 여전히 상당히 큰 규모로 존재한다. 정부개편안을 모두 시행할지라도 2024년 현재 GDP 대비 82.5%인 미적립 부채는 64.4%로 소폭 하락할 뿐이다. 기금이 소진된 후에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미래세대의 순조세부담은 생애소득의 9%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생률 감소에 따른 가입자 감소율 일부만을 반영했음에도, 즉 '자동 깎기 장치'라고 비난받는 정부안을 실행에 옮길지라도, 후세대 부담이 여전히 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데도 '자동 깎기', '세대간 갈라치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외국과 비교해 보자. 보험료를 18.3% 부담하는 일본 소득대체율은 32.4%에 불과하다. 우리가 연금을 배워 온 G3 국가인 일본의 연금운영 현황이다. 1959년 이전까지는 보험료를 단 한 푼도 내지 않던 일본 공무원연금은 지금 18.3% 보험료를 내고서도, 소득대체율은 32.4%다. 반면에 일본보다 적은 보험료를 내는 한국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소득대체율은 68%가 넘는다.

보험료는 24.4% 이상, 세금 포함하면 28% 이상을 부담하는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핀란드의 공적연금은, 우리보다 인구구조가 훨씬 양호함에도, 예정대로 자동조정장치를 작동시킨다면, 소득대체율이 44%까지 하락한다. 민간부문 퇴직금 대비 최대 39%를 지급하는 우리 공무원·사학연금과 달리, 핀란드 공무원은 연금 외에는 퇴직금도 없다. 그런데도 연금액은 우리보다 훨씬 적다.

스웨덴 정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료 18.5%(공적연금 보험료는 16%)를 부담하는 스웨덴의 2022년 공적 소득비례 노령연금 급여율(Public scheme: old-age earnings related Benefit Ratio)은 34%다. 28년 뒤인 2050년에는 9%포인트 하락한 25%로 전망된다. 16%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데도 2050년에는 25% 급여율(Benefit ratio)이 예상된다(2024 AGEING REPORT. Country fiche for Sweden. 20쪽).

전 세계 2위 규모의 국부펀드를 보유한 노르웨이는 총 근로소득의 18.1%를 부담하는데도 42% 소득대체율을 제공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을 한 국가'로 자주 인용되던 캐나다 소득비례연금(CPP)은, 25% 소득대체율 제공을 위해 20년이나 9.9% 보험료를 부담했다.

이런 외국 사례를 보면서도 공적연금 목적이 무조건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에 있다"는 주장이 여전히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공적연금강화를 부르짖는 대학교수들이 가입한 사학연금 미적립부채(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 대비 부족한 액수)는 이미 175조원을 넘어섰다. 사학연금 가입자 1인당 부채가 5억원을 넘었다는 뜻이다. 자신들이 가입한 연금제도는 파탄 직전인데, 왜 자신들이 가입도 하지 않은 국민연금까지 파탄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려고 하는가?

외국 연금 운영 실상도 모르면서, 전문가로 포장되어 선동꾼으로 전락해 버린 자칭 연금전문가들, 최대 피해자가 될 청년층과 함께 이들을 제대로 심판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악성 종양으로 빠르게 자라고 있어서다. 최근 연금연구회 세미나에 바른청년연합의 이재영 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한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 연금개혁안이, 애써 이룩한 이 나라를 선동꾼들로부터 지켜낼 최소한의 대책이라는 점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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