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빼앗긴 울분, 바위글씨에 새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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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확인된 근대 이전의 바위글씨(194개 추정) 중 해발 1900m대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고 글자수도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정상에서 일제에 대항한 의병과 관련된 바위글씨가 발견된 것은 국립공원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여준다"며 "지리산 인문학과 지역학 연구에 아주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이 바위글씨 전문을 촬영하고 탁본과 3차원 스캔 작업으로 기초조사를 펼쳤다. 조사 결과, 자연석 바위에 전체 폭 4.2m, 높이 1.9m의 크기로 392여자가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바위글씨의 글자가 마모돼 전체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워 자체 조사자료를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최석기 부원장과 한학자 이창호 선생에게 의뢰해 그 내용을 판독한 결과, 바위글씨는 구한말 문인 묵희(墨熙, 1875~1942)가 지은 것으로 1924년 지리산 천왕봉 밑의 바위에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최석기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천왕(天王)을 상징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어 오랑캐(일제)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비분강개한 어조로 토로한 것이 석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바위글씨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권상순 의병장의 후손이 지난 2021년도 9월에 발견해 국립공원공단에 지난해 11월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권 의병장은 1894년 전후로 지리산에 들어와 의병을 조직하고 훈련을 시켜 일제에 대항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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