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주연의 새 영화 '파일럿'이 개봉일인 31일 오전 9시 기준 예매율에서 41.0%로 1위에 올라 흥행의 청신호를 밝혔다./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여장남자 한 명이 두 명의 마블 히어로를 제압할 조짐이다. 조정석 주연의 '파일럿'이 '데드풀과 울버린'을 큰 폭으로 제치고 예매율 정상을 달리고 있어 오는 주말 박스오피스 결과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일럿'은 개봉일인 이날 오전 9시 기준 예매율에서 41.0%로 1위에 올랐다. 이어 2위와 3위는 '데드풀…'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4'가 각각 차지했는데, 12.2%와 8.7%에 머물러 '파일럿'보다 한참 뒤쳐졌다.
승승장구하던 파일럿이 실직후 여동생의 신분을 빌려 재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파일럿'은 주인공 '한정우' 역을 맡은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여장 연기가 개봉 전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는데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또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부담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를 찾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흥행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데드풀…'은 초반 기세가 꺾이면서 자존심마저 다소 구져진 상태다. 전날 일일 관객수에서는 아주 근소한 차이였지만 '슈퍼배드 4'(7만9855명)에 788명 뒤진 7만9067명에 그쳐, 지난 24일 개봉 이후 2위로 처음 내려앉았다.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하듯 실관람객들의 호감도를 가늠하는 CJ CGV 실관람 평점 골든 에그 지수도 상영 초반 80% 후반대에서 83%로 하락했다.
데드풀과 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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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레이놀즈(오른쪽)과 휴 잭맨이 투톱으로 나선 '데드풀과 울버린'은 한국에서의 흥행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본토인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는 상영 첫 주 2억1143만 달러(약 2921억원)를 쓸어담아 R등급(17세 미만 관람 불가) 영화로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하는 등 기세가 등등한 '데드풀…'의 흥행이 한국에서 당초 기대만큼 잘 풀리지 않고 있는 까닭은 높은 '진입장벽'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꼼꼼하게 섭렵하지 않으면 줄거리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데다, '블레이드' '엘렉트라' 처럼 지금의 20~30대 초반 관객들에게는 낯선 마블 코믹스의 예전 히어로들이 무더기로 나와 아는 사람만 환호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드풀…'로서는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트위스터스'와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개봉하는 8월 중순 이전까지 최대한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아야 하는 형편"이라며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처음 예상했던 수준의 흥행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