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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없는 코로나19, 말라리아·독감·구충제 효과 놓고 전세계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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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0. 04. 07. 03:04

트럼프 대통령 "시간 없고 잃을 게 없다...말라리아 치료제 코로나19에 강력"
백악관 TF 격론...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과학적 효과 입증 없어"
미 의사·약사회·EU, 복용 반대...일본, 신종독감 치료제 비축
White House Daily Briefin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발병지인 미국에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과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능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파우치 소장이 5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사진=워싱턴 D.C. UPI=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대체 치료제’에 대한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최대 발병지인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과 보건 당국자가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능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신종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용인 아비간이 안전성과 효과에 둘러싼 논란이 있음에도 비축량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6일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아 안전성이 입증된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이내에 죽인다는 세포배양 실험 결과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버멕틴’이 포털 네이버의 뉴스토픽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이와 유사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훌륭하고 강력한’ 치료제라며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강력한 징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클로로퀸과 Z-Pak(항생제 에리스로마이신) 결합은 매우 좋아 보인다”며 이 약으로 완치된 사례를 거론한 뒤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효과가 있다면 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Virus Outbreak Pennsylvania Daily Life
약사인 아만다 프랭크가 지난달 3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러의 약국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병을 집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파우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과학적 효과 입증되지 않아”

하지만 백악관 TF 일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복용에 반대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4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회의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로 국방물자생산법 정책 조정관으로 임명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과 격론을 벌였고, TF 참석자들은 결국 복용 문제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결론지었다고 CNN방송 등이 전했다.

◇ 트럼프 대통령 “말라리아 치료제, 훌륭하고 강력한 코로나19 치료제...난 의사 아니다. 시간 없고 잃을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보다 스카프가 더 낫다’며 ‘스카프 대용론’까지 제시하며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에서 보여주듯 과학적 근거보다 경험과 측근에 조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하듯 “나는 의사가 아니다”,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시
간이 없다”, “잃을 게 뭐가 있느냐”는 말을 반복했다.

결국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완치 사례가 있는 말라리라 치료제 복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널리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완치 경험담에서 뉴저지주 거주 30대 한국계 여성은 치료 과정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한번 투약받았다고 밝혔다.

Virus Outbreak Japan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도쿄(東京) 총리 관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도쿄 AP=연합뉴스
◇ 미 의사·약사회, 코로나19 환자, 말라리아 치료제 복용 반대...유럽연합 “긍정적 효과 증거 없고, 입증되지 않아”

하지만 전문가 단체는 말라리아 치료제의 복용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사협회(AMA)·미국약사협회(APhA)·보건약사회(ASHP)는 지난달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치료제로 처방 없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아지트로마이신을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달 31일 유럽의약품청(EMA) 내부 의견을 전달하면서 코로나19 치료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은 현재까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클로로퀸도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 일본 정부, 안정성·효과 논란 신종 독감 치료제 아비간, 3배 비축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7일 확정할 경제 대책 원안에 아비간을 증산해 올해 중 200만명분을 비축한다는 계획을 반영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5일 보도했다.

아비간은 인플루엔자 치료용에 쓸 때를 기준으로 1인 투약량이 40정이고 현재 200만명분이 비축돼 있는데,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약하는 양은 1인당 120정인 점을 고려해 200만명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비축량을 3배로 늘린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하지만 아비간의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꽤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관료들 사이에 ‘아비간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부작용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치료제로 승인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앞서 이의경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아비간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으나 한국 정부는 결국 수입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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