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계약 금액 큰 부담…워너 위약금도 대신 지급
반면 넷플릭스는 신뢰 회복 등으로 오히려 주가 상승
|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는 이날 오전 주당 31달러씩 총 1110억달러(약 158조원) 규모의 인수·합병 계약서에 체결했다. 앞서 주당 27.75달러, 총 827억 달러(약 118조원)에 워너브러더스와 먼저 계약을 체결했던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가 파라마운트의 새로운 인수안이 앞선 계약 내용보다 낫다고 판단한 직후로 알려진 전날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금액으로 거래하기에는 워너브러더스의 인수·합병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며 발을 뺐다.
이처럼 스트리밍 업계의 '최강자' 넷플릭스를 물리치고 100년 역사의 유서 깊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집어삼킨 파라마운트이지만, 다가올 미래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가 아버지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재정적 지원을 등에 업고 막대한 규모의 차입까지 불사해가며 인수·합병 금액을 끌어올린데다, 워너브러더스가 넷플릭스에 지급해야 할 위약금 28억 달러(약 4조원)를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꺼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 당국이 합병을 불허할 경우, 워너브러더스에 보상금 70억 달러(약 10조원)를 건네기로 한 계약 조건까지 더해져 향후 큰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중인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반 독점 심사와 업계의 반발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급선무다.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립자가 절친한 사이란 것에 달가워하지 않아하며 철저한 심사를 지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양사의 인수·합병 문제를 이미 조사 중이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연방 상원의원 역시 해당 계약 심사과정에 "최고 수준의 엄격함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지 미디어 종사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 역시 걸림돌이다. 미국 작가협회는 "데이비드 엘리슨의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를 인수·합병할 당시 1000명이 해고됐고, 워너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칠 때도 약 20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 투자가 취소됐다"며 이번 계약 소식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밖에 워너브러더스가 지고 있는 막대한 채무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파라마운트의 두통거리다. 워너브러더스는 산하의 유럽 지역 방송사인 유로스포츠와 디스커버리+(플러스)를 통해 2조원 이상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지불하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4개 올림픽을 독점 중계했으나, 이 같은 투자에 걸맞는 수익을 뽑아내는데 실패하면서 경영 사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넷플릭스는 계약 무산을 아쉬워하면서도 내심 홀가분해하는 표정이다. '배트맨' '슈퍼맨' '해리 포터' 시리즈 등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수많은 IP(지식재산권)들을 발판삼아 오프라인 상의 '미디어 공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지만, 큰 규모의 위약금을 챙기면서 자칫 손해볼 수도 있는 거래를 피한 덕분에 주주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걱정을 덜고 신뢰를 유지해서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합병 포기 방침아 발표되자 넷플릭스의 주가는 10% 이상 급등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과녁'에서 비켜날 수 있는 구실도 마련했다. 넷플릭스 이사로 재직중인 민주당 쪽 주요 인사 수전 라이스가 "민주당의 재집권 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한 기업들을 용서하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미쳐 있는 인종차별주의자 라이스를 즉각 자르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격분했다. 최고 수장의 심기대로 움직이는 지금의 미 행정부가 독점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넷플릭스는 58억 달러(약 8조원)의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워너브러더스에 물어야 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