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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또다시 볼모로 잡힌 시민 이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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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기자

승인 : 2026. 01. 22. 06:00

서울 시내버스 파업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공영차고지에 시내버스가 주차돼 있다. /정재훈 기자
parkaram
지난 13일 오전 서울지하철 승강장들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평소라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어야 할 시내버스 이용객들이 지하철로 한꺼번에 몰려든 탓이다. 누군가에게는 협상의 카드였을 파업이, 평범한 시민에게는 출근길의 혼란을 넘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한 불합리한 상황이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 협상 결렬로 파업이 단행된 이틀간, 서울 시민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특히 이번 파업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새벽 노동자들이었다. 지하철조차 다니지 않는 시각, 환경미화원과 경비원 등 새벽노동자들에게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유일한 '발'이다. 노사 협상이라는 명분이 사회적 약자의 발걸음을 묶어버린 것이다. 이틀간 벌어진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은 20여 년간 유지돼 온 준공영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14일 밤 극적으로 타결된 합의안에 따르면 버스 기사들의 기본급은 2.9% 인상된다. 이는 1차 조정안이었던 0.5%보다는 높고, 노조가 요구했던 3.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현재 63세인 정년은 올해 7월부터 64세로 늘어나고 2027년 7월부터는 65세까지 확대된다. 노조가 제시했던 주요 요구 사항이 대부분 관철되면서 사실상 노조의 '완승'으로 끝났다.

문제는 이 협상이 노사 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부터 준공영제로 운영돼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 주고 있다. 즉, 임금 인상으로 발생하는 적자는 고스란히 시의 재정 부담으로 전이되고, 이는 곧 시민의 주머니 사정과 직결된다.

이번 파업에도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다. 서울시는 단 이틀간 지하철 추가 운행과 전세버스 임차료 등으로 2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노사 갈등의 비용을 세금으로 메운 셈이다.

버스 기사들의 처우 개선과 노동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그들의 노고를 사회적으로 각인시키기보다 '집단 이기주의'라는 부정적 인상만 남겼다.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방식이 타인의 일상을 멈춰 세우는 것이라면, 그 어떤 명분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특히 공공서비스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시민의 이동권을 협상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 역시 정당화될 수 없다.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잡는 파업은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20년 넘게 유지돼 온 준공영제가 지금의 도시 환경과 맞는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갈등을 임시방편으로 봉합하는 방식으로는 시민의 이동권을 지켜낼 수 없다. 구조를 손보지 않는 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의 삶일 것이다.
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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