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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기계에 “잘 하겠습니다”…기업만 편한 AI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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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1. 21. 22:20

기업 10곳 중 9곳에 인사에 AI 활용
공공기관도 5년간 증가세 꾸준
평가 기준 불투명…사회적 편향 우려도
AI 기본법 22일 시행되지만 구직자 보호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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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의면접. /연합뉴스
"AI가 제 태도나 인성을 평가한다는 게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면접보다는 실험대상이 된 것 같아요."

지난 15일 서울시 양천구 청년일자리카페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모씨(26)는 일주일 뒤 국내 한 중견 제조사의 인공지능(AI) 면접을 앞두고 있다. 이씨가 지원한 기업은 서류전형을 거쳐 AI 면접을 진행한 후 일정 비율을 탈락시키고 대면 면접을 진행한다. AI 면접은 사람 면접관 대신 AI가 카메라를 통해 지원자의 얼굴 표정과 답변을 감지·분석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발언은 질문당 60초 내외로 제한된다. 이씨는 "함께 일할 사람을 기계(AI)가 뽑는다는 게 기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실제 면접관들이 영상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모든 영상인지, AI가 적합 판정을 내린 사람들만 해당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은 대부분 이씨가 지원한 기업과 유사한 채용 전형을 진행한다. 펜데믹 당시 정책상 어쩔 수 없었던 AI 면접은 이제 기업·기관 경영상 편의성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노동부)가 국내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인사 업무에 AI 도구를 도입한 곳은 전체 86.7%에 달한다. 채용 AI를 도입한 기업 중 절반 가량은 채용 시간이나 업무 부담을 줄일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인공지능 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 732곳 중 91곳이 지난 5년간 채용 AI를 도입했다. 이 중 10곳은 면접심사 단계에서 AI의 판단 결과만으로 합격·불합격을 결정한다.

기존에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을 직접 만나보는 것'이었던 면접의 개념이 점차 정량적 평가를 위한 시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AI가 어떤 기준으로 지원자의 적합·부적합을 판단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면접에서는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원자의 실무역량뿐 아니라 업무 태도, 근속 가능성 등을 함께 살핀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서류상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소명하고, 기업에 자신의 채용을 설득할 기회가 된다. 반면 AI 면접의 경우, 미리 학습된 기준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원자를 분석한다. AI가 발언이나 표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실제 역량과 무관한 돌발상황도 고려되지 않는다. 특히 AI는 학습 데이터에 따라 특정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사회적 편향' 우려도 있지만, 지원자는 이 기준과 데이터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서울에서 2년째 취업 준비 중인 김진욱씨(28)는 "보편적인 답 위주로 준비하게 된다"며 "자신을 드러낼 기회는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채용 AI 등 '고영향 AI'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사용자가 확보하도록 하는 'AI 기본법'이 오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허점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은 인간의 기본권에 직결되는 AI를 고영향 AI로 지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이용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그러나 AI 면접을 본 지원자의 경우 이용자가 아닌 '영향받는 자'에 해당한다. 지원자가 면접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이의가 있어도, 기업·기관 측이 일방적으로 'AI 분석에 따른 결과'라고 통보하면 그만인 셈이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고영향 AI 사업자 책무 규정에 실제 영향을 받는 자에 대한 보호방안을 추가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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