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사 수주 비중 3.3%…“구조적 한계” 지적
올해 500억 달러 목표 달성 위한 ‘허리’ 강화 必
“정부 보증·PPP 정책 실효성 입증해야”
특히 정부 차원의 보다 구체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머무는 가운데, 대형사보다 재무 여력이 취약한 중견 건설사 상당수가 생존 압박에 직면해 있어서다. 이들의 돌파구를 해외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정부의 고민이 실질적인 지원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목표로 제시한 5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사 외에 중견·중소 건설사의 수주 비중이 전체의 25%, 금액 기준으로는 2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해외 건설 수주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472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660억 달러) 이후 11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전년(371억1000만 달러) 대비로는 27.4% 증가했다.
다만 호황의 이면에는 특정 프로젝트와 대형사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해외 수주 비중은 전체의 3.3%인 15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년(19억 달러)보다 18.5% 감소한 수치다. 체코 원전 등 초대형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가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며 대형사 중심의 수주 구조가 심화된 데다, 중견사들이 주로 참여해 온 북미 하이테크 공장 건설 물량이 일시적으로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 수주 호조를 지속시키기 위해 중견·중소 건설사가 해외 건설 수주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목표 달성의 기준선으로 보는 중견·중소기업의 적정 수주 규모는 20억 달러 안팎이다. 지난해 대형사들이 수주한 메가 프로젝트들이 올해 본격 착공 단계에 들어서면서 하도급 형태의 전문 공종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투자개발형(PPP) 사업 지원과 소형모듈원전(SMR) 협력 생태계 구축도 중견사들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수주된 187억 달러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이 올해 설계·시공 단계에 진입하면, 전체 공사비의 10~15% 수준인 약 5억 달러가 전기·기계·토목 등 전문 공종 물량으로 중견·중소 협력사에 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데이터센터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하이테크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북미·동남아 시장에서도 특화 기술을 갖춘 중견사들이 1억~3억 달러 규모를 단독 수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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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 건설사 해외 사업 담당 임원은 "정부가 보증 한도 확대와 PPP 사업 밀착 지원을 통해 중견사의 해외 진출 문턱을 낮추면서, 그동안 대기업 중심이던 고부가가치 시장에 중견사 참여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원을 제도적으로 고도화해야 500억 달러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도 올해 해외건설 정책 방향을 통해 EPC 중심의 수주 구조에서 벗어나 AI 시티, 철도, 공항 등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사업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단순 시공을 넘어 금융 조달과 운영 역량까지 요구되는 구조다. 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2026~2030년)을 통해 △핵심 기술 기반 주력 모델 육성 △글로벌 금융 역량 강화 △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과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견사들이 재무적 한계에 놓인 상황에서 해외 사업 특유의 미수금·공사 중단 등 리스크가 여전히 큰 만큼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단일 프로젝트 실패로 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원책이 피상적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순한 수주액 목표를 넘어 중견기업 맞춤형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용도가 낮은 우량 중견기업이 해외 수주에 필수적인 계약이행보증(P-Bond)과 선수금환급보증(RG)을 원활히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의 보증 한도와 심사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의 공동 진출 시 중견기업 지분을 보장하는 상생 모델과, PPP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는 체계 구축도 과제로 꼽힌다.
성유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국면에서 건설산업은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이라며 "사업 생애주기와 생산구조, 제도 전반을 통합적으로 혁신하고, 명확한 실행계획과 재정 기반을 바탕으로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민간의 적극적 참여와 산업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