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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 '크루셔블(Crucible) JV LLC'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을 단행, 주금 납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220만9716주, 발행 금액은 2조8508억원 규모다.
신주는 내년 1월 9일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 15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됐으며, 발행가액은 12월 12일 기준 환율(1달러=1469.5원)을 적용해 산정됐다.
이번 거래로 미국 정부 및 전략적 투자자가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이 10.59%포인트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까지 가세할 경우, 최 회장 측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을 지분상으로 추월할 가능성도 열어두게 된다.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다시 흔들리는 대목이다.
시장의 시선은 이사회에 더 쏠려 있다. 신주가 포함된 주주명부가 연말 폐쇄되면, 크루셔블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미국 측이 곧바로 이사 추천 절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이사회 진입을 전제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미 신주인수계약에 내년 3월, 내후년 3월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명시해둔 상황이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총 6명으로, 이중 5명은 최 회장 측 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사회 인원 15명 중 11명이 최 회장 측 우호 이사로, 기존 이사진의 임기 만료와 추가적인 신규 이사 진입에 따라 판세가 바뀔 수 있었다.
그러나 최 회장측 우호지분이 늘어난 만큼 집중투표제등을 통해 최 회장 측이 여전히 이사회 과반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사수가 19명으로 한정돼있고, 영풍·MBK파트너스 역시 우호 지분을 모두 합산해도 40% 초반대에 머물러 있어 단숨에 이사회 주도권을 장악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풍과 MBK측은 이사회 진입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미국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을 통해 의결권 확보에 나서며 중장기적인 압박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