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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전선 건조 계약이 보여준 韓조선업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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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12. 26. 14:55

삼성重, 중소조선사에 선박 건조 위탁
선택과 집중 전략…동반성장모델 구축
남궁금성 삼성중공업 조선소장(왼쪽)과 김현기 HSG성동조선 대표이사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원유운반선 전선 건조 계약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
남궁금성 삼성중공업 조선소장(왼쪽)과 김현기 HSG성동조선 대표이사가 15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원유운반선 전선 건조 계약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최근 삼성중공업이 중소 조선사와 '전선(全船) 건조'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일감 나누기 그 이상의 의미로 여겨집니다. 대형 조선사가 직면한 물리적 한계와 중소 조선사의 생존권이 맞물려 탄생한, 국내 조선업계의 전례 없는 '분업화' 신호탄이기 때문입니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HSG성동조선과 원유운반선 전선 건조 계약을 맺었습니다. 지난달 2척에 이어 이달 2척을 추가하며 협력의 규모를 키웠습니다. 이는 블록 제작 등 공정 일부를 떼어주는 수준을 넘어, 배 한 척을 처음부터 끝까지 외부에서 짓는 방식입니다. 국내 대형사가 해외 조선소에 건조를 맡긴 사례는 있었지만, 국내 중소 조선사에 맡긴 것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입니다.

설계와 최종 인도 책임은 삼성중공업이 지되, 건조는 중소 조선사가 수행하게 됩니다. 수주 호황으로 도크가 가득 찬 대형사와 안정적인 일감이 절실한 중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일본 조선업은 한국보다 앞서 체질 개선을 단행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쓰이 E&S입니다. 한때 일본 조선업을 대표하던 이 회사는 직접 상선을 짓는 역할을 과감히 축소하고, 선박용 엔진과 항만 크레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사례를 일본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과거 일본은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건조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라면, 한국 조선사들은 일감이 넘쳐 '선별과 집중'을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국내 조선사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와 스마트 조선소 실현에 집중하고, 비교적 공정이 단순한 선박은 외주화해 전체적인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삼성중공업의 시도가 업계에 확대될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선주와의 소통 등 풀어내야 할 과제가 생기고, HD현대중공업 등 여전히 대규모 생산 기지를 보유한 입장에서 외부에 건조를 맡길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어서입니다.

그럼에도 조선업 호황과 인력난이 지속되는 한 이러한 협력 모델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마스가 프로젝트로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 본격화되면 대형 조선소가 모든 함정과 상선을 직접 건조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입니다. 결국 무엇을 직접 짓고 무엇을 맡길지 결정하는 선택과 집중은 피할 수 없는 숙제인 셈입니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결정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끕니다. 단기적인 계약을 넘어, 앞으로 대형 조선사와 중소 조선사의 관계가 어떻게 재편될지 가늠해볼 수 있어서입니다. 삼성중공업의 시도가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동반성장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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