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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개선 6곳 CEO 유임… 하나금융 함영주 2기 ‘변화보다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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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승인 : 2025. 12. 11. 18:12

대내외 리스크 앞두고 인사 최소화
비은행 부문 수익 경쟁력 강화 초점
하나에프앤아이만 교체… 이은배 내정
2기 2년차를 앞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26년 경영 키워드로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연임에 성공하며 함영주 2기 체제를 시작했던 하나금융은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순익 4조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은행 호실적에 힘입어 함영주 호는 높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내년 경영환경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데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정책과 늘어가는 한계기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함 회장은 지난해와 달리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최소화했다. 임기가 만료된 하나증권 등 7개 자회사 CEO 중 한 곳만 교체하고 전부 유임시켰다. 지난해 12곳 중 7곳을 교체한 것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함 회장의 성과주의 인사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CEO가 유임된 자회사들은 개선된 실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함 회장은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 CEO가 '키'를 잡고 있는 것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전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임기 만료를 앞둔 하나증권과 하나생명, 하나자산신탁,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금융티아이, 하나손해보험, 하나에프앤아이 등 7곳의 자회사 CEO를 결정했다.

임추위에는 사내이사인 함영주 회장을 비롯해 이강원, 원숙연, 이재민 등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함 회장과 손발을 맞춰 그룹 경영을 함께 해야하는 만큼 함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이번 CEO 인사에서 하나금융은 하나에프앤아이 대표이사만 이은배 하나은행 부행장으로 교체하고 나머지 6곳의 CEO는 모두 유임시켰다. 하나금융 측은 "대내외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안정 속의 도약과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통한 그룹의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조직의 체질개선과 함께 리스크 관리 역량을 내재화하면서 영업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CEO 인사는 지난해 인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에는 은행과 증권, 카드 등을 포함해 12곳의 자회사 CEO의 임기가 만료됐는데, 이중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을 포함해 5곳의 CEO만 유임됐었다. 은행과 카드 등 7곳의 자회사는 사령탑 교체를 통해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은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이었는데,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증권은 강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2023년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임추위는 강 사장이 비상경영체제 전환과 조직개편, 고객 기반 확대,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책임경영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나생명 남궁원 사장도 연임에 성공했는데, 하나생명은 2023년 적자를 냈었는데 2024년 124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하나금융티아이, 하나손해보험 등 다른 비은행 자회사들도 개선된 실적을 나타냈다. 이는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강화에 공들이고 있는 함영주 회장 입장에선 이들과 함께 갈 명분이 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올해도 높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KB금융, 신한금융과 함께 리딩금융그룹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은행 자회사들의 시장 경쟁력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은행 비중이 높은 점은 함 회장 입장에서도 고민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과 손발을 맞춰왔던 CEO들에게 재신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부실채권 전문 투자기업 하나에프앤아이 대표이사는 이은배 하나은행 영업지원그룹장(부행장)으로 교체된다. 이은배 내정자는 오랫동안 현장 중심 영업을 벌여온 여신전문가로, 하나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나에프앤아이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선 현장경험이 많은 여신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만큼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준 CEO를 교체해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그룹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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