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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쿠팡 대표 교체 불구 김 의장 더는 숨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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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2. 00:00

박대준(왼쪽)·해롤드 로저스(오른쪽)

  

쿠팡의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한국법인 대표로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던 박대준 대표가 전격 사임했다. 국회 현안 질의에서 '책임 완수'를 말한 지 불과 일주일여 만이다. 김민석 총리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검토' 지시와 경찰의 이틀에 걸친 압수수색 등 쿠팡에 대한 고강도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자 미국 본사인 쿠팡 Inc.가 '꼬리 자르기' 식의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10일 "박 대표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끝까지 책임'이 '물러나는 책임'으로 바뀐 것이다. 쿠팡 Inc.가 박 대표를 사실상 경질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김범석 쿠팡 실소유주 겸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의 최측근인 해럴드 로저스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 총괄이 곧바로 선임됐다. 그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준법·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김 의장의 '복심(腹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인사로 인해 김 의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오는 17일 국회 청문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김 의장 대신 로저스 대표가 출석할 게 분명하다. 우리말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변호사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쿠팡의 실소유주인 김 의장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쿠팡 본사가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향후 쿠팡을 상대로 제기될 각종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인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박 대표의 사퇴를 전후에 '대관(對官) 업무' 의혹이 쏟아졌다. 사퇴 직전에는 강남역 인근에 운영해 온 비밀 대관 사무실의 존재가 공개됐다. 쿠팡이 그동안 각종 리스크에 대한 근본 해결보다 대관 로비를 통한 '꼼수' 경영을 해온 게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지난 9월에는 박 대표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한 사실이 한 언론에 보도됐다.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대관 담당자와 함께 여당 원내대표를 만났다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 쿠팡은 김 의장의 국감·청문회 불출석 등 책임 회피 문제와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 검찰 외압 의혹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김 원내대표는 "100% 공개 만남"이라는 입장이지만, 박 대표와 단독 대화 내용 등 밝혀져야 할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쿠팡 대표 교체는 그간의 대관 로비 등 여러 정황에 비춰 실소유주 감싸기 포석이라는 인상이 짙다. 행여라도 실질적인 책임자인 김 의장 자신은 숨어 지내면서 사람 하나만 바꾸면 바닥까지 추락한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 김 의장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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