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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 2600’ 2나노 첫 시험대… 삼성, AP 명예회복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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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12. 11. 18:01

대규모 양산 글로벌 시장검증 분기점
성능 5%·전력효율 8%·면적 5% 개선
퀄컴 의존 증가 속 원가·기술 돌파구
발열·효율 검증 따라 향후 전략 좌우
삼성전자가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통해 기술 신뢰도와 사업성 회복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시험받는다. 엑시노스 2600은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미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한 첫 모바일 AP로, 대규모 양산과 글로벌 시장 검증이 동시에 이뤄지는 사실상 2나노 공정의 첫 실전 시험대에 서게 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발열과 성능 논란으로 시장 내 입지가 축소된 엑시노스 시리즈의 반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엑시노스 2600은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31초 분량의 '차세대 엑시노스(The next Exynos)'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복귀를 공식화했다. 영상 속 '핵심부터 더욱 정교해졌다(refined at the core)'와 '모든 레벨에서 최적화를 이뤄냈다(optimized at every level)'는 문구는 개선된 기술력을 강조했다.

시장 내 존재감 회복은 시급한 과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6%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2024년 갤럭시 S24 시리즈에 엑시노스 2400을 부분 채택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전량 탑재하며 주력 라인업에서 엑시노스가 사실상 배제됐다.

비용 부담도 확대됐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AP 매입액은 2025년 3분기 누적 10조92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AP 평균 매입 단가는 약 9% 상승했으며, 외부 AP 의존 심화가 MX(모바일경험)사업부의 수익성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엑시노스 2600은 사업적·기술적 부담을 동시에 덜어낼 카드로 주목받는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퀄컴 AP 구매 비용 급증으로 MX 사업부 원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삼성은 자체 AP 비중 확대를 다시 시도할 수밖에 없다"며 "엑시노스 2600은 스냅드래곤 대비 20~30달러 낮은 가격 전략을 바탕으로 단계적 적용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아시아 시장에 우선 적용한 뒤 성능과 수율이 검증되면 글로벌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 파운드리에도 엑시노스 2600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점유율의 70% 이상을 대만의 TSMC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3나노 GAA 공정에서 수율·안정성 논란이 이어졌던 만큼 2나노는 반드시 양산 성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핵심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보고서를 통해 "2나노 1세대 GAA 공정은 3나노 2세대 대비 성능 5%, 전력 효율 8%, 면적 5% 개선됐다"고 밝혔다.

성능 지표도 관심사다. 최근 성능 측정 사이트인 긱벤치(Geekbench)에서 개발용 보드(ERD) 기준으로 공개된 엑시노스 2600 점수는 글로벌 최상위권 AP들과 경쟁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단기 벤치마크 수치로 체감 성능을 단정짓기는 어렵고, 실제 양산 제품에서의 발열·전력 효율·성능 유지력 등이 결정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과거 엑시노스 시리즈가 실사용 환경에서 신뢰를 잃었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완성도가 승부처라는 분석이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나노 1세대 공정을 적용한 첫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며 선단 공정 가동률 개선과 원가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엑시노스 2600이 실제 소비자 제품에서 안정성과 효율을 입증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신뢰도가 의미 있게 회복될 수 있으며, 이는 모바일 사업의 원가 구조 개선과 맞물려 그룹 차원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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