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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전화하겠다” 호언장담, 태국-캄보디아 현장은 ‘생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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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11. 12:37

THAILAND-CAMBODIA-CONFLICT <YONHAP NO-3486> (AFP)
11일(현지시간) 태국 수린주의 한 대피소에서 캄보디아와의 국경 무력 충돌을 피해 온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교전이 나흘째 이어지며 양국 합쳐 5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양국 정상과 통화해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국경 지역에서는 전투기와 로켓포가 동원된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AFP 연합뉴스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이 나흘째 이어지며 양국 합쳐 53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전쟁을 끝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국경 지역의 포성은 멈추지 않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형제 같던 이웃끼리 왜 싸워야 하느냐"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한 국경 지역 대피소의 풍경은 참혹했다. 태국 수린주의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는 얇은 매트 한 장에 의지한 채 불안에 떠는 주민들로 가득했다.

73세의 태국 농부 암낫 씨는 "문 잠그는 것도 잊은 채 옷가지만 챙겨 나왔다"며 "태국인과 캄보디아인은 형제나 다름없는데 왜 서로 죽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주민도 집에 두고 온 소와 오리, 강아지 4마리가 눈에 밟힌다며 "이런 생활에 적응하고 싶지 않지만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듯 말했다.

국경 너머 캄보디아 상황은 더 열악하다. 시엠립주 스레이 스남의 들판에는 트럭 뒤에 타포린(방수포)을 엮어 만든 허술한 텐트촌이 들어섰다. 루엉 소트 씨는 "차가운 땅바닥에서 자는 게 너무 힘들다"며 "제발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인도적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태국 군 당국에 따르면 캄보디아군은 전날 하루에만 BM-21 로켓 3160발을 쏟아부었다. 이 중 일부가 태국 수린주 병원 인근 500m 지점에 떨어지면서 환자와 의료진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캄보디아 내무부 역시 "태국군의 F-16 공습과 포격이 국경 30km 안쪽 마을까지 타격했다"며 학교·사원·민가 파괴 피해를 호소했다. 현재까지 태국군 8명이 전사하고, 캄보디아에서는 영아를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체 피란민 수는 태국 측 40만 명, 캄보디아 측 12만 7천 명 등 총 52만 7000 명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기자들에게 "가끔 불길이 다시 타오르면 내가 가서 꺼야 한다"며 "내일(11일) 양국 정상과 통화해 싸움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7월과 10월 자신이 중재한 휴전 협정이 깨진 것에 대해 직접 해결사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아누틴 태국 총리의 반응은 차갑다. 그는 "미국 측으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다"며 "단순히 트럼프의 요청이라고 해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입장을 먼저 설명하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중재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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