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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한 국경 지역 대피소의 풍경은 참혹했다. 태국 수린주의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는 얇은 매트 한 장에 의지한 채 불안에 떠는 주민들로 가득했다.
73세의 태국 농부 암낫 씨는 "문 잠그는 것도 잊은 채 옷가지만 챙겨 나왔다"며 "태국인과 캄보디아인은 형제나 다름없는데 왜 서로 죽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주민도 집에 두고 온 소와 오리, 강아지 4마리가 눈에 밟힌다며 "이런 생활에 적응하고 싶지 않지만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듯 말했다.
국경 너머 캄보디아 상황은 더 열악하다. 시엠립주 스레이 스남의 들판에는 트럭 뒤에 타포린(방수포)을 엮어 만든 허술한 텐트촌이 들어섰다. 루엉 소트 씨는 "차가운 땅바닥에서 자는 게 너무 힘들다"며 "제발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인도적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태국 군 당국에 따르면 캄보디아군은 전날 하루에만 BM-21 로켓 3160발을 쏟아부었다. 이 중 일부가 태국 수린주 병원 인근 500m 지점에 떨어지면서 환자와 의료진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캄보디아 내무부 역시 "태국군의 F-16 공습과 포격이 국경 30km 안쪽 마을까지 타격했다"며 학교·사원·민가 파괴 피해를 호소했다. 현재까지 태국군 8명이 전사하고, 캄보디아에서는 영아를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체 피란민 수는 태국 측 40만 명, 캄보디아 측 12만 7천 명 등 총 52만 7000 명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기자들에게 "가끔 불길이 다시 타오르면 내가 가서 꺼야 한다"며 "내일(11일) 양국 정상과 통화해 싸움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7월과 10월 자신이 중재한 휴전 협정이 깨진 것에 대해 직접 해결사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아누틴 태국 총리의 반응은 차갑다. 그는 "미국 측으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다"며 "단순히 트럼프의 요청이라고 해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입장을 먼저 설명하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중재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