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시 제작비 구애 안 받아…저예산 블록버스터 가능
맹신은 금물! AI·실사 잘 붙는 스토리텔링 개발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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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영화 제작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요즘, 변화의 주체로 나서야 할 영화인들은 정작 손을 놓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아는 영화 스태프 중 대부분은 제작 편수 감소로 일이 끊겨, 택배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어떻게 지내냐고 안부 묻기가 미안할 정도라면 할 말 다했죠. 이럴 때야말로 각 분야 별로 AI와 관련된 재교육이 이뤄져야 할 적기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장 감독에게 영화계와 AI의 공존이 숙명처럼 다가왔던 때는 3년여 전이다. 광고에서는 포토샵이, 영화와 방송에서는 필름 대신 디지털 카메라가 각각 사용되기 시작했을 당시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광고 디자이너로 20여 년 동안 살아온 덕분에 금세 AI에 빠져들었고,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은 독학 그리고 수없이 반복된 도전과 실패를 통해 국내에서 몇 안되는 AI 영화 전문 연출자로 인정받게 됐다.
장 감독이 꼽는 AI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돈과 시간의 드라마틱한 절약이다. 시나리오 완성과 콘티 제작이 포함된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으로 CG(컴퓨터그래픽)와 실내외 세트 제작, 로케이션 촬영 등 거의 모든 제작 공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을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상상력의 족쇄가 풀려 블록버스터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를 저예산으로 스크린에 옮기는 사례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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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AI가 '만능 치트키'는 아니란 게 장 감독의 조언이다. AI와 실사가 잘 붙을 수 있는 이야기 개발이 최우선인데도, 이 단계를 뛰어넘어 AI를 통한 피사체의 단편적인 생성에만 매달리면 한마디로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AI가 인간 배우 혹은 스태프의 일거리를 빼앗을 것이란 우려도 기우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례로 AI가 인간 배우의 행동은 물론이고 감정마저 완벽하게 재현하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이터와 무시무시하게 빠른 처리 속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퀀텀(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여러 난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시대가 3년 내로 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잠깐의 트렌드로 그쳤던 3D와 달리, AI는 우리의 영상과 언어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AI 활용은 결국 인간인 우리의 몫이므로, 제작자·감독·배우·촬영·조명·편집 등 모든 분야의 영화인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AI 재교육의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합니다. 2000년대 중후반 우리 영화계를 기억해 보세요. 당시 디지털 카메라의 본격적인 도입에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모두 도태되고 말았어요. AI도 똑같아요.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