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시장 침체에 글로벌 눈돌렸지만
올 3분기 해외매출도 1932억원 정체
내년 베트남 공장 완공, 반등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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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하이트진로는 장인섭 전무를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동시에 2011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김인규 대표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 6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정 중심의 기존 경영 체제를 대폭 정비하고 글로벌 전략에 부합하는 리더십을 재구축하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업계 최초 100년 기업이 된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 시장 정체를 극복하고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한 미래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경영진을 새롭게 구성했다"고 밝혔다.
1967년생인 장 대표는 1995년 진로에 입사해 경영전략실 경영진단팀장, 정책·관리부분을 두루 거친 전략통이다. 중장기 사업 방향과 조직 운영을 맡아온 만큼, 현재 회사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정비할 적임자로 꼽힌다.
쇄신의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한다. 저도수·웰니스 트렌드 확산으로 국내 음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 주류 비중까지 확대되며 소주·라거 중심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 3분기 하이트진로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했다. 제품 별로도 소주 영업이익이 12.5%, 맥주가 48.9% 줄며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히 지난해 창립 100주년 행사에서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대규모 성장 목표를 내놓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부진은 회사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공격적 비전을 제시했음에도 국내 사업이 둔화된 현실은 결국 조직 쇄신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지점에서 장 대표의 역할이 부각된다. 하이트진로가 내세운 '진로의 대중화' 전략은 기존 '소주의 세계화'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단계적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 전략은 장 대표가 전무 재임 시절부터 각종 발표와 기자 간담회에 직접 나서며 설명해온 회사의 미래 먹거리다. 그러나 올 3분기 누적 기준 해외 매출은 193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 지난해 동기(9.7%) 대비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는 못했다. 해외 확장 전략이 목표 대비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도 한층 무거워졌다.
해외 공략이 속도를 낼 분수령은 내년으로 전망된다.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 생산기지인 베트남 타이빈 공장이 내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어서다. 연간 100만 상자(3000만병) 이상 생산 가능한 이 공장은 현지화된 제품 대응 측면에서 해외 사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한국 생산 중심 구조에서 발생하던 제조원가·물류비 부담을 줄여 필리핀 등 주요 시장의 공급 경쟁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정기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경영 안정과 내실 강화, 글로벌 성장전략 추진 등을 위한 조직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