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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가장 자주 들은 말이다. 걱정을 담아 꺼낸 말 끝에는 꼭 이 문장이 따라붙는다. 기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뉴스를 보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인들과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불안감을 나누지만, 막상 앱 삭제 버튼 앞에서는 손이 멈춘다.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손가락은 생각보다 쉽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스템 사고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3370만명대에 이르는 개인정보 유출 규모도 충격적이지만, 더 큰 불안은 사고 이후의 대응에서 비롯됐다. 소비자들이 느낀 건 '정보가 새어나갔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이 상황을 정말 통제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공지는 늦었고 설명은 충분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 결과 "혹시 또 이런 일이 생기면?"이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신뢰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지만, 무너질 때는 순식간이다.
그럼에도 '탈팡'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 쿠팡은 어느새 쇼핑 플랫폼을 넘어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존재가 됐다. 생필품 주문, 아이들 간식, 급하게 필요한 물건, 심지어 영상 콘텐츠 소비까지 일상의 여러 장면에 쿠팡이 들어와 있다. 이를 한꺼번에 포기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일은 번거로움을 넘어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결정에 가깝다. 소비자는 불안함을 감수하는 대신 편리함을 택하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불편한 긴장을 놓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이번 사태는 쿠팡의 위기이자 시험대다. 이용자 이탈이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상황이 안정됐다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충성도와 관성은 다르다. 지금 쿠팡에 남아 있는 상당수 이용자는 '믿어서'라기보다 '익숙해서' 머물고 있다. 편리함 위에 쌓인 관성은, 더 큰 사건이나 대안이 나타나는 순간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불안은 소비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쿠팡 생태계를 이루는 입점 판매자들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과징금 규모와 회사 대응에 따라 수수료나 광고비 부담이 셀러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용자 신뢰에 균열이 생기면, 플랫폼 전체의 안정성 또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플랫폼은 이용자와 판매자, 양쪽의 신뢰가 동시에 유지될 때 비로소 작동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플랫폼 기업 전반에 묻게 된다. 개인정보 보호는 여전히 '비용이 드는 선택지'인가, 아니면 플랫폼이 존재하기 위한 최소 조건인가. 소비자들의 기준은 이미 한 단계 높아졌다. 단순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고, 얼마나 일관되게 책임을 지는지가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됐다.
여전히 쿠팡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로그인한다. 편리함을 누리되, 무조건적인 신뢰는 미뤄둔 상태다. 언제든 대안을 찾을 준비가 돼 있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이 어색한 거리감이야말로, 지금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