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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K-바이오, 화려한 기술수출 뒤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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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5. 11. 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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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메가딜' '잭팟',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성과를 보도하는 기사에는 화려한 수식어가 가득하다. 고액의 기술수출 계약이 이어지는 것을 근거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화려한 기술수출 실적이 산업의 내실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누적 기술수출 건수는 17건으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누적 계약 금액은 18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다수 기업이 글로벌 빅파마와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이제 수백, 수천억원 규모의 딜은 크게 주목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기술수출 호황의 중심에는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이 있다. 플랫폼 기술이란 하나의 기술을 여러 질환과 표적에 적용해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올해 기술수출 계약의 약 70%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응용 범위가 넓은 플랫폼 기술을 수출하면서부터 단일 계약의 규모도 점차 팽창하는 추세다. 플랫폼 기술은 신약 후보물질과 달리 여러 기업에 중복 수출이 가능해 한 기업이 연내 여러 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술수출 중심의 수익구조는 불안정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총 계약금액 중 선급금을 제외한 후속 마일스톤의 지급이 '조건부'라는 점은 플랫폼 기술수출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달 미국 일라이 릴리에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수출한 에이비엘바이오가 받은 선급금은 약 585억원으로, 총 계약금액인 3조 8072억원중 약 1.5%에 해당한다.

임상시험과 허가, 상업화까지 모든 단계가 순항해 '조 단위' 계약금액을 수령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그 확률이 결국 바늘구멍과 같은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에 수렴한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최근 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술이전 중심의 수익 모델을 벗어나 신약 개발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체 신약 개발에 성공해야 한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매출 안정성은 블록버스터 신약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들에 기술수출이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마중물 삼아 실제 임상 검증과 후기개발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할 때다. 기업들이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도록 정부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플랫폼 기술 수출의 양적 성과에만 안주하면 바이오 산업은 또 한번의 '거품'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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