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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수임 제한’ 카드 꺼내든 與… “사법신뢰 회복” vs “대법원 힘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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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 손승현 기자

승인 : 2025. 11. 18. 17:52

'5~6년 제한' 변호사법 개정안 검토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 걸림돌
조희대 대법원장 정치보복 해석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자유, 평등, 정의가 적혀 있다. /연합
여당이 퇴임 대법관의 대법원 사건 수임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전관예우' 근절을 통해 사법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법원행정처 폐지 등과 궤를 같이 하는 사실상 '대법원 힘빼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는 대법관 퇴임 후 대법원 사건 수임 제한을 5~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대법관은 퇴직 후 1년간 대법원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대법원의 전관예우 관행이 바뀌면 하급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여당 측 설명이다.

법조 시장에서 대법관 출신의 전관예우는 부인하기 어렵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1년에 수십억을 버는 재벌이 될 수 있다' '소장에 이름만 걸어도 도장값이 수천만원에 이른다'는 말도 그저 우스갯소리는 아니다. 대법관 경력이 지닌 상징성과 인맥이 곧 영향력으로 환산되면서 '전관'이라는 이름표가 재판 진행에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8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른바 '10대 로펌'은 예외 없이 대법관 출신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빅3 로펌'으로 분류되는 '김앤장'과 '태평양'이 각 4명으로 가장 많은 대법관을 영입한 상태다. 고문 직함으로 활동하는 전직 대법관도 적지 않다. 이는 대법관이라는 이름표가 가지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질적 변론을 하지 않더라도 대법관의 상징성·인맥·정보력이 로펌에 큰 자산이 되는 것이다.

헌법 전문 이헌 변호사는 "전관 혜택은 사법불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현실적으로 대법관 퇴임 후 바로 개업, 대형로펌으로 취업하는 일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관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여기에 대해선 국민의 비판 역시 상당할 것"이라며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지만 국민으로부터 사법 신뢰를 받으려면 이런 제도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충분한 숙의 없이 사건 수임 제한 기간을 5배 이상 대폭 늘리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관 퇴임 연령이 65~70세다. 연로한 퇴임 대법관에게 5년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전면 금지와도 같다"며 "직업 행사의 지나친 제한이라고 봐야 하고, 위헌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퇴임 이후 수입을 막으면 대법관 지원자가 더 적어질 것"이라며 "정작 할 만한 사람들은 지원을 기피하고 오히려 역량이 부족한 인력이 자리를 채우는,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쫓아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도 "역설적으로 청렴한 판사들이 대법관직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아무런 신분상 대우 조치 없이 무작정 변호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연일 대법원을 겨냥한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이번 움직임 역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보복성 개혁이 아니냐는 해석도 적지 않다. 장 교수는 "100%는 아니어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만일 헌법소원이 제기된다면 모든 퇴임 대법관에 대한 완전한 수임 제한은 과도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로펌 관계자 또한 "실효성을 높이려는 접근보다는 조희대 코트(대법원)에 대한 정치적 응수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채연 기자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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