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에 대한 무지·원장 전문성 등 원인
"전문성 기반한 인사 기용…견제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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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중앙지법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사를 실시했다. 조 전 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 등으로 앞선 12일 구속됐다. 조 전 원장이 기소되면 전직 국정원장 가운데 10번째로 법정에 서게 된다.
국정원장은 정권의 핵심 요직이지만 '독이 든 성배'로 평가된다.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국정원으로 개편한 1999년 이후 현 이종석 원장을 제외하고 16명의 원장이 거쳐 갔다. 조 전 원장에 대한 기소가 확정적이기 때문에 역대 원장 3명 중 2명이 재판에 넘겨진 셈이다. 6명이 유죄를 선고 받았으며, 서훈·박지원 전 원장은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의혹 등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장의 반복되는 '흑역사'는 한국만의 낯부끄러운 악습이다. 미국의 경우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퇴임 후 재임 시절 행적과 관련해 기소된 사례는 없다. 영국 역시 보안국(MI5)·비밀정보국(MI6) 등의 수장이 형사 책임을 지기보다 의회 보고나 정부 차원의 정치적 책임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스라엘의 '모사드'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기관에 대한 정부의 무지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권은 정치적 목표를 위해 정보기관을 최대한 활용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합법적 범주를 뛰어넘는 무리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안보분야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국무위원 대부분 정보기관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 국정원을 막강한 힘과 정보를 가진 조직으로만 간주해 자신에게 충성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정원장의 '전문성 부재' 역시 추락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보기관 특유의 권력 집중 구조와 폐쇄성으로 내외부적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소불위' 원장의 판단 오류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조경환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국정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원장들이 부임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들은) 정보기관의 기능과 역할, 법적 권한, 책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국정원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조 교수는 "국정원장은 정보기관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직업적 전문성에 기반한 권위와 도덕적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최적의 인사를 기용해야 하며,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견제 장치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