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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동한 변호사 “대법관 증원보다 국민에게 효과 와닿는 하급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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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 손승현 기자

승인 : 2025. 11. 06. 17:49

사법개혁 길을 묻다
지연되는 1·2심 법관 증원이 최우선
재판소원 도입땐 분쟁 장기화 우려
사법부 예산 독립 필요성 등도 강조
법무법인 동인의 임동한 변호사가 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여당이 '국민의 권리 구제 확대'를 명분으로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도입을 꺼내들었다. 대법관을 증원해 3심 심리를 강화하고, 이에 불복한다면 4심까지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국민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1·2심 강화는 자취를 감췄다는 지적이다. 하급심 강화 없이 불복 절차만 확대하는 것은 '소수'를 위한 불평등한 개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심급이 높아질수록 사간적·경제적 법률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국민의 권리 보장과 사법 접근성 확대를 위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평가다.

15년간 판사로 재직하며 다양한 민생 사건을 다뤄 온 법무법인 동인의 임동한 변호사는 "대법원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는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효과가 와닿는 사실심 강화가 올바른 사법개혁의 방향"이라고 직격했다.

임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부터 청주·인천·대구 등 여러 1심 법원에서 국민들을 직접 마주했다.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체감한 그는 사법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국민의 권리 구제' 와 '누구나 공평하게 접근 가능한 사법 환경'을 꼽았다. 임 변호사는 "불복 절차를 늘리는 것은 갈등의 장기화를 야기하고, 시간과 비용의 폭증으로 이어진다"며 "현실적으로 4심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국민들은 한정적이다. 결국 경제적 능력과 권력을 갖춘 일부만 이용하는 절차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5년간 현장에서 느꼈던 가장 큰 문제의식은.

"1·2심의 지연이다. 전에는 사건이 되지 않던 일들이나 난해한 주장들을 내포하고 있는 사건들이 법원으로 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다. 사건의 난이도가 과거에 비해 점점 올라가고 있어 심리 과정에서 시간이 더 소요되고 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10년 전만 해도 민사 합의 사건은 250일, 8개월 정도면 끝났다. 요즘엔 일반 평균이 440일이다.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1·2심의 적체를 해소해야 재판부도 좀 더 깊은 심리가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판결을 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하급심에서의 불복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여당은 상고심 적체를 시급한 과제로 꼽는데.

"의문이다. 상고심은 10년 전에 비해 훨씬 사건 수가 감소했고, 사건 처리 시간도 단축됐다. 상고심 적체가 아니라 사실심 적체가 더 시급한 과제다. 사법개혁을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사실심 강화가 맞다. 지금 상고심 적체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보다는 그 예산이나 인력으로 사실심 법관들의 증원,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대법관 증원은 사실상 야전에서 전투 해야 하는 사령관들을 다 뽑아가서 본부에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1·2심 법관 증원이 우선이고, 그 비율에 맞춰 대법관도 순차적으로 증원하는 것이 구조적으로도 맞다."

-재판소원 도입은.

"사실상 4심제다. 3심을 넘어 별도의 불복 절차를 늘리겠다는 건데 이는 '분쟁의 장기화'밖에 안된다. 사실심의 집중도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불복 절차가 늘어나게 되면 재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갈등이 지속되고, 종국적 해결 없이 시간과 비용만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또 실질적으로 4심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국민들은 굉장히 한정적이다. 실체 판단을 넘어가는 단계까지 가려면 그만큼의 변호사 비용을 쓸 수 있는 국민 외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게 과연 국민들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그런 능력이나 권력을 갖고 있는 일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인지 돌아봐야 한다."

-법 왜곡죄 등 사법부 압박 법안 쏟아내는데.

"재판 진행이나 결정에 대해 형사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심사하겠다는 취지다. 그렇게 되면 온전히 법관 양심에 따른 판단이 가능할까. 재판부를 피고인으로 삼고, 또 다른 동료 법관에게 유무죄를 가리게 하는 방식이다. 그 판단은 또 다시 법 왜곡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분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될 것이고, 이를 도구 삼아 정쟁화하고 갈등화하는 세력이 분명 생길 것이다."

-궁극적인 사법개혁의 본질은.

"국민의 권리 구제다.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서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의 구조와 인력에 대한 변경이 과연 필요한 시점인지 돌아봐야 한다. 대법원 미제 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판단 기간도 점점 축소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고심을 늘려서 오히려 예전보다 2배나 더 늘어난 사건 때문에 허덕이고 있는 1· 2심 재판장들을 뽑아간다는 것은 사실은 현실과 맞지 않다. 하급심 강화가 핵심이다. 법관 급여 인상 등 하급심 법관들에게 동력을 공급하는 게 오히려 재판 지연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김채연 기자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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