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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산성 하락에 해외 나가는 기업…‘구조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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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6. 00:00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현안분석: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내놓은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는 국내 경제 활력이 갈수록 저하되는 현시점에서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국내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해외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의 원인은 무엇이며,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2000년 이후 국민소득에서 투자 비중은 30%대 중반에 머무르며 대체로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구성을 보면 국내투자에서 해외투자로 전환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즉 국민소득 대비 순해외투자(내국인 해외투자-외국인 국내투자) 비중은 2000~2008년의 0.7%에서 2015~2024년 4.1%로 6배나 급증했다.

이렇게 순해외투자가 급증한 첫째 이유는 국내투자의 자본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 1단위를 투입해 얻는 이익이 줄어드니 개인과 기업이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러면 국내투자의 자본수익성이 하락하는 이유는 뭔가. 자본수익성을 결정하는 노동(투입)과 생산성이라는 두 요인 중 우리 경제의 노동투입 증가세는 완만하게 하락해 왔다. 반면 생산성 증가세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자본수익성 하락을 주도하고 나아가 예전 같으면 국내에 투자했을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하는 주범은 생산성 하락인 것이다.

생산성 둔화로 인해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전환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KDI가 정량분석한 결과 생산성이 0.1% 하락한 경우 국내투자가 줄면서 GDP는 0.15% 감소했다. GDP 감소폭이 생산성 하락률의 1.5배로 확대되는 것이다.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기업은 임금을 올려줄 수 없고, 국내 투자도 줄어 일자리와 기회가 줄어든다. KDI는 생산성 둔화가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은 경제 주체, 즉 월급쟁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우리 경제의 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제고하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중 좀비기업(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기업)의 비중은 42.8%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다. 아울러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제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보도자료나 발표에서 '구조개혁',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는 이번 정부 들어 사라졌다. 금기어가 된 듯하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이렇게 하락하면 소비쿠폰 등 재정을 투입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진통제만 맞히는 격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관세협상도 이제 마무리됐다. 정부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메스를 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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