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공급 위축 불가피”…전문가들, ‘2차 파장’ 경고
금융·토지 규제 ‘이중 잠금’…“갭투자 차단 속 실수요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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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금융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까지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수도권 내 주택 공급 차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따른 중장기적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자치구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전체가 규제권역으로 묶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정부 "갭투자 차단 효과"…단기 과열 '제동' 기대
정부는 새 정부 출범 후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 대책 등 두 차례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고, 서울 도심은 물론 외곽 지역으로도 상승세가 번지는 조짐을 보이자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규제 지역뿐 아니라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확대 지정함으로써 대출·청약·세제·갭투자 등 모든 부동산 수요에 제동을 걸어 가격 상승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주택시장 상황은 수급 불균형 우려에다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져 적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시장 전면 관리가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관보 게재 다음날인 16일부터 발효되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오는 20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국토부는 조정·투기과열지역은 6개월마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재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정 기한 종료 후 재심의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 27곳은 대출·청약·세제 등이 종전보다 강화되면서, 전세를 낀 갭투자가 전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거래량 급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금융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 포함)의 경우 종전 70%에서 40%로 낮아지며, 유주택자는 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전세대출 역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돼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진다.
◇ 시장, 거래 절벽·공급 '위축' 우려…"수요자 신뢰 잃을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 과열 진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거래 위축과 공급 불확실성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기존 6억원으로 일률 제한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주택가격에 따라 차등화해 15억~25억원 구간에는 4억원, 25억원 초과 구간에는 2억원으로 낮춘 점이 주목된다. 고가주택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히며, 거래 절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른 시장 충격도 만만치 않다. 정보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체 156만8000가구, 경기 12개 지역 74만2000가구 등 총 230만가구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며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대출 제한도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5억원 초과 고가주택 59만2000가구(25.6%)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며 자금 조달 부담이 급격히 커지게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10·15 대책은 금액별 대출 차등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통해 아파트 갭투자에 제동을 건 것이 핵심"이라며 "서울 전역은 물론 과천·성남·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 벨트를 정조준해 집값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지난 6·27 대책에 이은 2차 충격요법으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시장 전반에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일부 매물이 나오며 단기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모두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풍선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의 핵심은 규제 지역 지정과 대출 규제의 즉시 적용이다. 규제가 광범위하게 확대되면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 변동 폭은 줄겠지만, 거래가 적은 상태에서의 가격 변동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며 "풍선효과는 인접 지역에 일부만 제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겠지만,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을 지속 내놓는 것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정부가 9·7 대책으로 내세운 수도권 135만가구 공급 계획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강화된 규제가 단기적 가격 급등 불안을 막을 수는 있지만, 공급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격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규제 중심의 접근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요 활성화와 규제 간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오히려 모호한 정책 기조가 시장 안정에 기여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규제 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거래량은 급감할 것"이라며 "이 중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물건만 거래가 가능해, 매물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규제는 단순한 집값 억제책이 아니라 자산 배분 방향을 바꾸는 정책 신호다.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에서 배제하고, 유동성을 금융시장으로 이동시키려는 구조적 전환 정책"이라며 "'부동산으로 돈 벌지 말고, 가진 집에 머물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양 전문위원은 또 "시장에서는 호가만 남고 거래 기준점이 사라지는 '가격 블랙아웃'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단기 급등은 억제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 붕괴와 자산가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래 단절은 자산 불평등을 구조화할 위험이 있다. 자산 이동성이 높은 상층은 시세차익을 누리는 반면, 중산층 이하는 시장 진입이 봉쇄돼 자산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