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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흔들리는 통상 질서 속 유일한 출구는 외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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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5. 10. 1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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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신(新)통상 정책이 글로벌 경제 구도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간의 관세협상도 초기 분위기와 다르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에 25% 자동차 관세와 50% 철강 관세를 부과하고, 그동안 한미 간에 유지해온 자유무역협정(FTA)마저 백지화했다.이 같은 상황에서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APEC)' 전까지 한미 간의 관세 협상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한국의 문제만이 이니다.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물론, 무역전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밀었다. 물론 일본과 EU는 우리보다 유리한 협상 결과로 15% 자동차 관세 등 준수한 관세 기준을 이끌어 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가 유럽에 전파되면서 EU 역시 보호무역주의라는 카드로 반격하는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 철강 업계 보호 대책' 초안을 발표하고, 철강 무관세 수입 쿼터를 전년(3053만t)보다 47% 축소한 1830만t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를 초과할 경우 기존 25% 관세를 50%로 높여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 철강업계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일종의 반격으로 볼 수 있는데, 불똥이 우리에게로 튄 격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중국 역시 반격하고 나섰다. 중국은 지난 9일 희토류·특수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하며, 첨단산업과 국방에 필수적인 원재료의 공급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희토류 통제는 단순한 무역 제약을 넘어 기술·안보 차원의 파장을 낳을 수 있어 향후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보호무역 강화 흐름은 또다시 돌고 돌아 우리에게 2차, 3차에 이르는 피해를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고 있어, '무역 의존의 축소'나 '일방적 양보' 어느 쪽도 답이 될 수 없다. 오직 현재의 통상 위기를 외교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우리가 그런 정교한 외교 기술로 이를 극복해낼지가 문제다.

물론 거대한 통상의 변곡점에서 외교적 설득과 실무 협상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미 간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단순히 "관세를 철회해 달라"는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제안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안보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의 공동투자·공동생산(투자형 파트너십), 공급망 다변화 프로젝트 참여, 국방·민관 협력의 투명한 보장 등 실질적 양보와 맞교환할 수 있는 패키지를 마련해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다음으로, 다자 규범과 동맹 연대의 복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WTO 체계가 완전하진 않더라도 규범 기반의 통상질서를 지키려는 국제적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고율 관세의 일방적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EU·일본 등 핵심 파트너들과의 공조를 통해 '불공정 조치'에 대한 공동 대응 원칙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유럽의 고율 관세 움직임은 역내 영향력 확대의 성격을 가지지만, 동시에 다자 틀을 통한 반응 경로를 복수로 확보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노력이 선행돼야 정부도 원칙 있는 실용 외교로 현재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다. 감정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협력의 문은 끝까지 열어두는 전략적 균형감각으로 접근해야, 그나마 관세 협상의 결과도 아름다울줄로 보인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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