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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또 나토 영공 침범…유럽 “푸틴, 서방 결의 시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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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5. 09. 21. 12:33

폴란드·루마니아 이어 에스토니아까지
나토 4조 발동, EU “정치·경제적 압박 강화”
화면 캡처 2025-09-21 122419
러시아의 미그-31 전투기(기사와 관련 없음) /EPA 연합
러시아 전투기가 19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영공을 무단 침범하면서 나토 동부전선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유럽 내에서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나토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SHAPE)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미그-31 전투기 3대가 이날 오전 에스토니아 영공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정예 공군이 할 법한 행위가 아니었다"며 고의 침범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정부 관계자 역시 "수십 년간 해당 공역을 비행해 온 러시아군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투기 움직임이 포착되자 에스토니아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 F-35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고, 스웨덴과 핀란드 공군도 신속 대응 항공기를 띄웠다. 이는 나토가 최근 시작한 '이스턴 센트리' 감시작전의 일환이다. 이 작전은 앞서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사건을 계기로 동부전선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체 전투기를 보유하지 않은 에스토니아는 즉각 나토 조약 4조 발동을 요구했다. 나토는 내주 초 긴급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나토 4조는 회원국이 영토 보존이나 안보 위협을 이유로 동맹국과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폴란드가 지난 10일 드론 침범 직후 발동한 데 이어 이번 에스토니아 사례까지 합쳐 나토 창설 이후 9번째 발동이 된다.

에스토니아 외무부는 러시아 대리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마르구스 차흐크나 외무장관은 "전투기 3대가 동시에 침범한 것은 전례 없는 뻔뻔한 행위"라며 "러시아의 국경 간보기와 공격적 태도에 정치·경제적 압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 인사들도 잇따라 강력히 반발했다. 에스토니아 총리 출신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극도로 위험한 도발"이라며 "푸틴은 서방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위협이 커진다면 압박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EU는 19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를 발표하며 회원국들에 조속한 승인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침범이 이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지난 9∼10일 폴란드는 자국 영공에 침투한 러시아 드론에 대응했고, 14일에는 루마니아가 자국 상공을 50분간 비행한 러시아 드론을 확인했다. 유럽 각국은 일련의 사건이 단순한 우발이 아니라 나토의 방어 태세를 시험하려는 전략적 행위라고 본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폴란드·루마니아 사례와 마찬가지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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