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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요즘 MZ가 상하이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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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이장원 기자

승인 : 2025. 09. 02. 13:23

가깝고 가성비 높은 럭셔리 여행 입문 코스
힐튼 시티센터 시티뷰 반신욕, 문화체험도
우캉로 고전 건축 카페 거리, MZ 여심 저격
와이탄 애프터눈 티, 야경 뷰 미식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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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와이탄에서 바라본 황푸강과 푸둥. / 이장원 기자
8월의 상하이(上海)는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찬란했다. 황푸강(黃浦江) 위로 떨어지는 햇살은 눈부셨다. 와이탄(外灘)의 야경은 언제나처럼 황홀했다. 세월의 깊이를 머금은 우캉로(武康路) 거리는 새삼스럽게 우아했다. 도시 심장에서 내려본 '시티뷰'는 낭만의 눈물을 가슴에 떨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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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상하이 시티센터 익스클루시브 라운지에서 바라본 상하이 시내. / 이장원 기자
8월의 어느 날 중국 상하이로 떠났다. 1시간 반 정도 비행해 푸둥국제공항에 내린 뒤 동서를 가로지르는 옌안로(延安路)를 따라 도심으로 향한다. 솟아오른 각양각색의 건축물 사이를 지나다 보니 빌딩숲 속에서 의외의 운치가 느껴진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고전미를 능가하는 상하이의 현대미다. 사실 요즘 MZ세대들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상하이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중국행이 부쩍 늘어난 한국의 MZ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상하이를 즐기는 법, 굳이 정의를 하자면 가까운 럭셔리 여행 입문 코스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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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상하이 시티센터 킹 디럭스 스위트 침실. / 이장원 기자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호텔에서 짐을 푼다. 힐튼 상하이 시티센터. 럭셔리 여행의 시작은 호텔이 아니던가. 시티센터는 상하이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언제부터인가 상하이의 랜드마크가 된 우캉 맨션을 비롯한 주요 명소와 젊은 세대가 즐겨찾는 카페, 바, 음식점들이 가까이 있다. 무엇보다 시티센터는 가장 상하이다운 시티뷰를 제공한다. 푸둥의 고층 건물에서 보는 전경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 건물과 옌안고가도로와 공원, 또 현지 사람들이 생활하는 주택들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아늑함을 느낀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가운데 진짜 상하이에 왔다는 설렘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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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상하이 시티센터 익스클루시브 라운지에서 바라본 상하이 시내. / 이장원 기자
시티센터에서 걸어서는 20분 남짓한 거리. MZ들의 성지 우캉 맨션으로 나가 봤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알려질 대로 알려져 설명이 필요없는 곳이다. 군함처럼 혹은 도로 가운데 있는 섬처럼 생긴 우캉 맨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앞 '육거리'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 건물은 1924년에 지어져 100년간 항상 그 자리에 있었는데 대략 10년 전부터 갑자기 여행 명소로 급부상했다. 현지인들은 이게 웬일인가 했다고 한다. 지금은 생활이 불편해져 건물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떠났다니 우습기도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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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캉 맨션. / 이장원 기자
건물 뒤로 우캉로 거리에 들어서면 진짜 상하이의 감성과 만난다. 근현대화 시기 프랑스, 영국의 영향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카페, 상점들이 꽤나 예쁘다. 그 모습에 한 MZ 여성은 심장마저 아픈 감동이 몰려왔다고 했다. 상견한만(相見恨晩), 왜 이제야 만났느냐고. 각기 다른 특징의 카페, 찻집에서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음료는 이 거리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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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캉로 거리에서 만난 카페 '개더링'. / 이장원 기자
잠시 재정비를 위해 시티센터로 돌아왔다. 럭셔리 여행을 위해 잡은 호텔에서 호사도 좀 누릴 필요가 있다. 객실 욕조에 따뜻하게 물을 받아 몸을 기대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시티뷰, 도심 한가운데 놓인 느낌이다. 고요함과 적막감 속에 즐기는 반신욕이 특별하다. 호텔에서 준비한 로젤티로 심신을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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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상하이 시티센터 킹 디럭스 스위트. / 이장원 기자
지난해 9월 새로 오픈한 힐튼 상하이 시티센터는 한국인들이 중시하는 세련미와, 모던미, 고풍미에 깔끔함을 모두 갖췄다. 힐튼은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중국 차량 호출 앱 '디디'의 영어버전 가이드를 출시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티센터는 자전거, 페리, 산책, 시티버스 등 시내 여행 가이드도 제공한다. 중국 전통문화를 배우고 싶다면 전향(篆香) 피우기 체험도 문의해볼 수도 있다. 기원전부터 내려온 전향에 관한 역사 수업과 실습으로 오랜만에 인문학의 향기에 푹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이다. 문화 체험과 관광 명소 탐방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체류 경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힐튼 측의 노력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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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체험. 글자를 분 위에 정확히 올리는 데 실패한 모습. / 이장원 기자
사실 상하이는 외국인에게 매우 친화적인 도시다.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를 지녔다. 중국 내 타지 사람들은 상하이인이 거만해서 싫다고 한다는데,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상하이 사람들은 친절하고 세련됐다. 근현대화 과정에서의 끊임없는 외부 영향 속에서 배울 것은 배우면서도 스스로의 철학적 가치를 지킨 유연함이 지금의 우아한 국제도시를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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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도프 아스토리아 상하이 살롱 드 빌의 애프터눈 티. / 이장원
그런 상하이의 상징이라고 하면 단연 와이탄이다. 몇 번을 와봤든 상하이에 오면 와이탄에는 다시 가보게 된다. 나름 럭셔리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 익숙지는 않은 애프터눈 티를 잠깐 즐기고 싶어졌다. 와이탄 거리에 있는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살롱 드 빌을 찾았다. 고전미 물씬 풍기는 고급진 공간을 보자 문득 중국 드라마 상해탄(上海灘)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다. 올드 홍콩영화 팬들은 저우룬파(周潤發)의 상해탄 떠올릴지 모르나, M세대 '중드' 팬 중에는 황샤오밍(黃曉明) 신상해탄을 인생 드라마로 꼽는 이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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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빌 애프터눈 티 세트. / 이장원 기자
애프터눈 티를 따라주는 상하이 구냥(姑娘)의 미소에 얼어붙은 가슴도 녹을 듯 하다. 돈 얘기 하기가 미안할 만한 기품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곳의 티 세트는 2인당 488위안 가량으로 아주 비싸지도 않다. 가성비 높은 럭셔리 여행지로서 상하이를 보여주는 곳 중 하나다. 만족스런 마음에 괜히 상해탄의 쉬원창(許文强)마냥 다리를 꼬고 폼을 잡아 본다. 그 마음을 이 도시는 이해해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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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턴 테이블 창밖으로 본 야경. / 이장원 기자
날이 어두워지고 와이탄의 야경을 조금 특별하게 즐겨보기로 했다. 캔턴 테이블(三號黃浦會)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한다. 동서양이 결합한 와이탄의 멋들어진 건축물, 그 안에 있는 식당의 창밖으로 야경이 보인다. 불이 켜진 푸둥의 고층 건물들과 황푸강, 그 위로 펼쳐지는 드론쇼가 장관을 연출한다. 가끔은 이런 곳에서 감상에 빠져 미식을 맛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스스로 한번 주장해 본다. 미슐랭 1스타에 선정되기도 한 이곳의 음식도 야경 이상의 감동을 전했다. 많은 MZ 여성들이 여기서 맛본 마파두부와 바비큐식 돼지고기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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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턴 테이블의 닭고기 요리. / 이장원 기자
잊지 못해도 떠나야 할 때는 온다. 이제 상하이를 떠나려니 귓가에 덩리쥔(鄧麗君) 노래의 한 소절이 맴돈다. "나는 그대에게 모든 걸 다 주었습니다. 소중하게 아껴주길 바라요. 내 진심을 저버리지 마세요." 백옥란처럼 은은하고 순결한 미소를 지닌 상하이는 오랜 역사와 세월이 깃든 성숙함으로 여행객을 고급스럽게 안을 준비가 돼 있었다. 한동안 그리움이 떠나지 않을 듯한 마음에 그저 한마디를 되뇌었다. 자이젠, 상하이(再見, 上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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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탄서 바라본 야경.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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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상하이 시티센터 오스테리아의 시그니처 부라타 치즈 전채.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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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상하이 시티센터 시티뷰 수영장. / 이장원 기자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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