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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 훼손된 네오플 파업, 승자도 패자도 없는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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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관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5. 08. 18. 12:54

2025년 6월 24일 열린 네오플 집회 현장. /김휘권 기자
지난 6월 말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게임업계 최초의 전면 파업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이 사태는 단순한 기업 내 노사갈등을 넘어 게임산업 전반에 강한 파장을 남기고 있다.

네오플 노조는 성과급 지급 축소를 문제 삼고 있으며, 넥슨 측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인센티브가 지급됐다는 입장이다.

물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노동자로서 파업은 하나의 권리이며 협상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네오플 파업은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진행되고 있어 여론의 역풍이 우려된다.
던파 페스티벌 현장 /사진=김동욱 기자
공공시설과 다르게 게임은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파업이 유저(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 이번 파업의 핵심 포인트다.

또한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니까 무조건 정당하다"라는 도식적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권리는 맥락과 방식에 따라 사회적 정당성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기 때문이다.

의료, 교통, 전기처럼 인프라 성격을 가진 산업에서의 파업은 그나마 공공성의 맥락에서 이해의 여지가 있다. 시민의 일상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선택지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공재의 파업이 뚜렷한 정당성을 내포하지 못할 경우 매우 강한 반발이 발생한다. 장기화될 경우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해 결국 사회적 문제로 번지며 정치권의 개입도 불가피하다.
'던파모바일 아케이드 2024' 세리아의 소원나무 /사진=김동욱 기자
하지만 게임은 본질적으로 필수재가 아닌 기호재에 가깝다. 일반 사람들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하지 않아도 생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고 무수히 많은 게임 속에서 흥행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네오플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저들이 게임(강제성 없이 선택 가능한 콘텐츠)을 떠날 수 있는 명분을 주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쉽게 말해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이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분열로 손님들이 떠나가는 경우처럼 '왜?'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던파모바일 아케이드 2024' 열정 가득 모험가들 /사진=김동욱 기자
이처럼 공공적 필수성이 결여된 콘텐츠 제작자가 전면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었을 때 그것은 곧 사회적 신뢰와 소비자들의 고마운 선택을 스스로 외면하는 길이다.

파업이 시작되면서 유저들은 정기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20주년 기념 행사까지 취소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어떠한 보상도 없다. 본인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몰두했을 뿐 네오플 노조는 유저들에게 아무런 실질적 보상도 제시하지 않았고 유저를 대상으로 공식적인 소통 활동도 없었다.

파업이 권리임은 분명하지만 그 행사가 소비자 피해를 전제로 할 경우 권리는 곧 강제력이 되고 갈등이 된다. 이것이 유저들이 느끼는 불쾌감의 본질이다.

노사 협상은 말 그대로 협상이다. 상대방이 수용할 만한 혹은 명분이 동반된 설득 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처음 제시한 내용이 통과되지 않으면 투쟁만이 있다는 자세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치킨 게임만 지속될 뿐이다.
심민관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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