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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12시간 주식거래’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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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기자

승인 : 2025. 08. 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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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증명사진
'8 to 8'

한국거래소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주식거래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당국과 이 같은 계획을 협의하기 위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는 등 사전 작업도 나선 상황인데, 업계에선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먼저 그간 공고히 해왔던 하루 6시간 30분 거래 체제를 깨뜨린 배경에는 올해 초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자리한다. 70년 가까이 유지돼 왔던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가 무너지면서 독식했던 수익도 분산된 것이다.

넥스트레이드의 성장세는 예상보다 빨랐다. 당초 우려와 달리 거래 종목이 확대되고, 개인 투자자들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30%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기존 100% 점유율에서 70%를 밑도는 수준으로 내려앉은 건데, 이에 따른 수익 감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에선 자본시장법에 명문화돼 있는 '15% 룰'이 조정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는 6개월 간 일평균 거래량을 한국거래소의 15%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이미 해당 비율을 넘어섰다. 향후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10월부터 일부 종목에 대한 거래가 막히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최근 '12시간 주식거래' 체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증권사들은 한국거래소의 '12시간 주식거래' 체제 도입 가능성에 우선은 기대하는 분위기다. 거래시간 확대와 함께 매매량도 늘어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성장을 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역시 정규거래 시작 전, 간밤의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해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다만 새로운 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줄어들고 있는 수익에 쫓겨 속도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내부에서도 이번 12시간 주식거래 연장 안을 두고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 거래시간이 연장될 경우, 거래를 직접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시스템을 개편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의 시도들이 병행돼야 한다. 비용·전산오류 부담은 물론 이를 꼼꼼히 대비하기 위한 물리적인 시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올해 초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기점으로,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의 거래 시스템 관련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거래량이 급증한 영향도 있겠지만, 일각에선 대체거래소 도입에 따라 기존 거래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면서 장애가 초래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12시간 주식거래' 체제 도입으로 자본시장 도약을 꾀하고 있는 지금, 시장을 우려가 아닌 기대로 물들게 하려면 안정성을 통한 신뢰도 제고가 긴요하다. 증권사를 비롯한 유관기관들과 이를 준비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할수록 신중해져야 한다.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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