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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지 정치와 드라마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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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11. 18:03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부터 자신의 '흙수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시장 등에서 서민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상인들과 소탈하게 대화하는 모습 등은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SNS를 통해 자신의 정책을 발표하거나, 반대파를 공격하고, 지지층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이는 전통적인 언론을 거치지 않고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두 정치인의 '쇼(show)' 적인 행동은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행동은 유권자들의 감정에 호소하고, 특정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정치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 후보자의 이미지는 정책만큼이나 중요하며, 때로는 더 중요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첫인상은 유권자가 메시지에 참여하려는 의지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진정성과 친근감은 효과적인 캠페인에 필수적인 특성이다.

정치인들이 실질적인 정책 수립보다 '정치적 쇼'와 이미지 관리에 집중하는 경향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에 단기적 및 장기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치인들이 국가 관리보다 이미지 관리에 더 신경 쓸 때 책임감이 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민생 지원금이라며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을 뿌리는 정책이 그 효과와 상관없이 대중의 호응을 받는다면 누구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쇼에 집중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상승, 식료품 및 연료 가격 급등, 주택 비용 부담 증가 등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고용 수치나 GDP 성장 실적을 자랑하더라도, 시민들은 생활비 급등으로 인해 가계 예산을 줄이거나 소규모 기업이 문을 닫는 등 고통을 겪는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은 재정적 성과를 주장하면서도 유권자의 고통을 무시하게 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이미지는 정치적 권력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AIGC)의 급속한 발달과 접근성 향상은 정치 참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는 정치인들이 공공 이미지를 구축하고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또한 정치 과정과 언론에 대한 신뢰 훼손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다.

AI는 가짜 뉴스를 생성하고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선거의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딥페이크 기술은 매우 현실적이지만 완전히 조작된 오디오 및 비디오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데 사용되면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사실과 허위를 반대로 주장해 광범위한 의심을 조장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은 사용자 프로파일링과 마이크로 타깃팅 전략에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는 전례 없는 수준의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의견 형성과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데이터 기반 전략은 선거 운동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개인정보 침해 및 편향성 강화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로 이어진다.

공공 정보의 질은 민주주의에 필수인 요소로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없으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보에 기반한 동의의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 정치 정보를 오락거리(엔터테인먼트)처럼 포장하는 소위 '인포테인먼트' 경향은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는 강력한 이미지와 연출이 정책 실행보다 중요해지는 '드라마 민주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의 이러한 극적 요소는 때로는 민주적 대화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 문제 대신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정치적 참여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캐나다 오타와대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캐나다 연방 선거 기간 중 전국 및 지역 신문의 선거 관련 기사 중 51%가 정보와 오락을 결합한 '인포테인먼트' 요소를 포함했다. 특히 이 중 42%는 그 요소가 매우 강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 정치 뉴스 보도에서 인포테인먼트 요소가 강하게 존재하며, 정치인들이 실질적인 논쟁 대신 이미지 관리와 단편적인 발언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뚜렷함을 시사한다. 한국의 정치적 특성상 이러한 경향은 캐나다보다 더 강할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에서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위한 일종의 쇼가 좌파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실제로 좌파 정부는 관련 전문가를 기용해 상당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비판하면 그 지지자들은 "국민을 위해 그런 쇼라도 해주는 대통령 있었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의 언어로 정치적 문제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조작에 따른 소통의 왜곡으로 이어지며, 정치의 퇴행을 더욱 빠르게 만든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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