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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기자의 와이드엔터] ‘조정석’이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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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8. 12. 05:30

2019년 '엑시트'부터 올해 '좀비딸'까지 3연타석 흥행
어떤 연기든 부담스럽지 않은 게 강점…사생활도 깨끗
동어반복 계속되는 작품 선택은 곤란…연기 변신 필요
조정석
배우 조정석이 2019년 '엑시트'를 시작으로 지난해 '파일럿'을 거쳐 올해 '좀비딸'까지 극장가의 전통적 성수기인 여름에 3연타석 흥행 홈런을 일궈내며 한국 영화계의 '대들보'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제공=뉴(NEW)
관객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영화계가 요즘 믿을 구석이 있는 배우는 조정석이 유일해 보인다. 2019년 '엑시트'를 시작으로 지난해 '파일럿'을 거쳐 올해 '좀비딸'까지 극장가의 전통적 성수기인 여름에 그것도 3연타석 흥행 홈런을 일궈냈으니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다.

13년 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친구에게 '설왕설래' 기술을 가르치던 '납뜩이'가 오늘날 모두가 인정해마지 않는 스크린 '원톱'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솔직히 당시는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뮤지컬 계의 아이돌로 통했던 그의 20대 시절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으나, 다비드상 같은 외모와 넘치는 카리스마로 무장한 남성 연기자들이 넘쳐나는 영화계에서 이른바 '흥행 보증수표'의 자리마저 꿰찰 줄은 미처 몰랐다는 얘기다.

조정석과 비슷한 유형의 선배 배우들을 꼽아보자면 임창정과 차태현 등이 있겠다. 빼어나게 잘생겼거나 신체 조건이 아주 휼륭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희비극을 자유롭게 오가고 노래와 춤, 슬랩스틱 코미디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멀티 엔터테이너적인 기질이 서로서로 닮아서다.

여기에 더해지는 조정석 만의 최대 강점은 보는 이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수준을 미리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아는 '연기 선구안'이다. '엑시트'를 제작한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액션이든, 멜로든, 코미디든 (조)정석 씨의 연기는 관객과 시청자를 상대로 과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아 보기에 무척 편하다"면서 "이건 타고 난 연기자만이 지닐 수 있는 천부적인 본능"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좀비딸'로 호흡을 맞춘 필감성 감독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지점의 연기를 아주 영리하게 귀신같이 해낸다"며 "그의 연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잘 튜닝된 악기처럼 리듬감이 충만하다. 어디를 건드려도 좋은 음이 나오는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출중한 연기력 말고도 얼마전 전해진 아내 거미의 둘째 임신 소식으로 알 수 있듯이 화목한 가정 생활을 꾸려가고 있어 사생활 상의 위험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 또한 앞으로 상당 기간동안 '조정석의 전성시대'를 점치게 한다.

다만 웃음과 눈물을 저울로 잰 것처럼 적당하게 섞은 출연작들이 계속되고 있는 건 조금 아쉽다. 영화의 상업적 성패를 일정 부분 책임지는 배우가 대중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릴 순 없는 노릇, 그러나 이제는 중견 감독과 손잡고 최근 몇 년간의 전작들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고를 때가 된 듯 싶다.

다행히 조정석 본인도 이 같은 우려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좀비딸' 홍보를 위해 마련된 인터뷰에서 "연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변신에 대한 욕구는 늘 강한 편"이라고 말한 걸 보면 말이다. 안전한 길만 가려 동어반복의 우를 범하기 보다는, 지금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왕좌 수성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이 절실한 때란 걸 귀띔해주고 싶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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