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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 1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주민들이 북한 개풍군 야산에 설치된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를 가르키고 있다. /연합 |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은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전날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6월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1년 만이다. 북한이 지난해 5월 남측으로 쓰레기·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자 우리 군은 확성기로 맞대응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직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췄고, 이후 6년간 비방 방송을 하지 않았다.
확성기 방송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이를 중단한 것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줄이고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북 전단 살포 억제, 대북 방송 중지 등을 약속했고 취임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대북 전단 살포중단을 민간단체에 요청했다. 또 이 대통령은 9·19 남북합의 원상복구도 공약했는데, 이를 실행하기 위해 이달 중 계획된 해병대의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 등도 추가로 중단할지 주목된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이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에서 중단됐던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다만 남북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앞서 가기보다 북한대응을 지켜보며 비례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화와 교류는 필요하지만, 북한 핵 위협이 오히려 고조되는 상황인 만큼 섣부른 낙관이나 감성적 평화론은 피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에 평양 인근 강선과 비슷한 새로운 핵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 제재에도 북한이 핵 능력 증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우리에겐 심각한 위협이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려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회담 7주년을 앞두고 미국에서도 대북관계 개선의지가 엿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자칫 '한국 패싱'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도록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데도 신경을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