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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원자력은 결코 위험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Our World in Data'가 집계한 발전량 1TWh당 사망자 수 통계에 따르면 원자력은 0.03명으로 풍력·태양광과 유사해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 중 하나로 평가된다. 반면 석탄은 24.6명, 천연가스는 2.8명에 달한다. 과거 원전 사고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설계 및 안전 기준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며, 원자력의 일반화된 위험성 주장은 과학보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원자력발전이 위험하다는 논리는 비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탄소중립 관점에서도 원자력은 가장 효과적인 감축 수단 중 하나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의 생애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12g CO₂-eq/㎾h로, 이는 석탄(820g), 천연가스(490g)는 물론 태양광(48g), 바이오에너지(230g)보다도 월등히 낮다. 특히 이 수치는 풍력(11g)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실상 '무탄소 기저부하 전원' 역할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원자력은 기상 조건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낮은 탄소 배출을 유지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략망의 탄소 집약도를 낮추는 핵심 전원이다.
셋째, 세계 에너지 수요의 패러다임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초대형 데이터센터·수소 제조·산업 공정열· 선박 탈탄소화 등은 모두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고밀도 전력원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이러한 전력 수요가 현재 대비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수요를 출력 변동성과 낮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감당하는 것은 기술적· 환경적 한계를 수반한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는 더욱 그렇다. 미국은 소형모뮬원자로(SMR)를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일본과 프랑스도 산업 공정열을 원자력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넷째, 독일은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의 한계를 실증하고 있다. 탈원전 이후에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유럽 내 최상위권이며, 전력망 불안정성과 전기요금 급등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스페인의 대정전 역시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른 계통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태양광 패널은 중국산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풍력발전기 역시 외산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면 원자력은 연료를 제외하면 전 주기를 국내 기술로 수행할 수 있으며, 설계·건설·운영·유지보수에 이르는 고급 기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최근 SK, 현대, 삼성, GS, HD현대 등 국내 대기업이 원자력 기술에 투자하거나 독자 개발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고도의 기술 기반과 수출 의존 산업구조를 가진 나라다. 세계적인 흐름과 기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탈원전 기반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은 미래 산업경쟁력과 국가 존립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라면 이러한 구조적 전환을 직시하고, 기술 기반의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